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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부메랑…희토류 패권 대가로 심각한 환경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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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부메랑…희토류 패권 대가로 심각한 환경 오염

지난 2012년 3월 14일(현지시각) 중국 장시성 난청현의 희토류 고아산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2년 3월 14일(현지시각) 중국 장시성 난청현의 희토류 고아산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수십년에 걸친 심각한 환경 파괴와 건강 피해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한 독성 슬러지를 수십년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북부 바오터우와 남부 룽난 등지에서는 납과 카드뮴, 방사성 토륨이 포함된 중금속과 산성 폐수가 대기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어린이 건강 피해와 생태계 교란이 보고됐다.

◇ 바오터우 일대, 방사성 오염 지속

NYT에 따르면 내몽골 바오터우시 외곽에 위치한 ‘웨이쾅댐’은 1950년대 희토류와 철광석 정제 폐기물을 담기 위해 조성된 인공 슬러지 호수로, 면적은 약 10㎢에 달한다. 당시 서방국가들이 도입한 방수 라이너 없이 만들어져 폐기물 속 독성 물질이 지하수로 스며들고 있다. 이 호수에서 바람에 날리는 먼지는 납, 카드뮴, 토륨 등 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중국 내몽골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은 올해 1월 논문에서 “슬러지 호수와 가까울수록 오염 정도와 생태학적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과학원도 지난해 논문을 통해 바오터우 일대에 대해 “심각한 대기 및 폐기물 오염”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바오터우 방사선환경관리국은 이미 지난 2009년 북쪽 130km 지점에 있는 바이옌오보 광산에서 “방사성 토륨이 슬래그, 폐수, 먼지 형태로 환경에 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3년에는 바오터우의 희토류 산업 오염으로 인해 아동 지능 발달 장애가 발생한 사례도 보고됐으며, 2017년에도 바오터우 아동의 소변에서 해로운 수준의 희토류 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이후 불법 광산 단속과 정제 시설 폐쇄, 정화 작업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왔지만 오염의 핵심인 웨이쾅댐 슬러지 이전 작업은 아직 시도되지 않고 있다. 바오터우시는 최근 슬러지 호수 주변 제방을 돌로 보강하고 콘크리트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보완 조치를 취했으며, 주변 주거지는 이전돼 공장 지대로 전환됐다. 그러나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 사용되는 산성 용매는 여전히 토륨을 방출하며, 이같은 방사성 물질은 수십년간 호수에 단순 매립되는 방식으로 처리됐다.

◇ 룽난 지역 오염·정부 대응 한계


중국 남부 장시성 룽난 인근의 중희토류 광산지대에서도 오염은 계속되고 있다. 2010~2011년 불법 광산을 단속하기 전까지 다량의 황산과 암모니아가 하천으로 유입돼 논밭을 오염시켰으며 NYT가 지난 4월 현장을 찾았을 때에도 소규모 광산 인근 개울은 주황색을 띠고 거품이 이는 상태였다. 일부 광산의 폐기물 처리 연못에는 서방 기준과 유사한 방수 시트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체 지역의 오염 방지 대책으로 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희토류 오염 문제를 둘러싼 감시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오터우 일대 광산과 정제시설을 운영하는 바오강그룹은 해당 지역을 소유한 내몽골 자치정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으로, 정부가 규제와 산업 운영을 동시에 맡고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바오강그룹은 마오쩌둥 시절부터 중국 군산복합체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기업이며 바오터우 박물관에는 이 기업이 1950년대 중국 탱크와 대포에 들어간 강철을 공급했다는 사실이 전시돼 있다.

◇ 내부 비판 통제와 비교 사례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 사이 희토류 오염 관련 논의 자체를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바오터우 인근 초원에서 가축이 희토류 산업의 먼지에 중독돼 집단 폐사한 사건이 있었지만 현재 중국 내 온라인에서는 관련 내용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중국 국무원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도한 희토류 채굴로 산사태, 하천 범람, 오염 사고와 재해가 잇따랐고 인명과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은 과거 소련 시절 에스토니아의 희토류 슬러지 유출 사고 이후 약 10억유로(약 1조5400억원)를 투입해 두께 3m 콘크리트 벽과 9m 흙으로 덮은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를 지은 전례가 있다. 반면 웨이쾅댐은 철광석 처리 슬러지까지 함께 포함돼 있어 그 양이 훨씬 많고 이송 및 재처리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