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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구의 콩팥'의 경고…습지 소실, 25년 뒤 5경 원 경제 재앙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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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지구의 콩팥'의 경고…습지 소실, 25년 뒤 5경 원 경제 재앙 부른다

1970년 이래 22% 사라져…토지 개발·기후변화가 주원인
국제사회, 연간 최대 5500억 달러 투자 촉구…"사후 복원보다 예방이 중요"
2024년 4월 22일 아일랜드 데리러시의 이탄 습지에서 채취한 토탄을 건조하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아일랜드의 이탄 습지는 수천 년에 걸쳐 식물이 부식하며 두꺼운 이탄층을 형성해 만들어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4월 22일 아일랜드 데리러시의 이탄 습지에서 채취한 토탄을 건조하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아일랜드의 이탄 습지는 수천 년에 걸쳐 식물이 부식하며 두꺼운 이탄층을 형성해 만들어졌다. 사진=로이터
'지구의 콩팥'인 습지가 전 세계에서 빠르게 사라져 인류가 큰 경제 손실 위기에 직면했다. 습지는 어업과 농업의 기반이고 홍수 조절, 수질 정화, 탄소 저장 같은 핵심 역할을 한다. 이런 습지의 파괴로 경제 가치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습지 협약은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금과 같은 습지 파괴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39조 달러(약 5경4132조 원)에 이르는 경제 이익이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래 전 세계 습지의 22%가 이미 사라졌으며, 지구의 모든 생태계 유형을 통틀어 가장 빠른 파괴 속도다. 지금까지 사라진 습지 면적은 4억1100만 헥타르로, 축구장 5억 개에 해당한다. 현재 남은 습지 가운데 4분의 1도 심하게 황폐해져 제 기능을 거의 못 하는 실정이다.

◇ 멈추지 않는 파괴…위협받는 경제·환경 가치


습지가 파괴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분별한 토지 이용 변경, 산업 활동에 따른 환경오염, 식량 생산을 위한 농경지 확장,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외래종의 침입이 습지 감소의 주된 원인이다. 특히 해수면 상승과 심한 가뭄 같은 기후 변화의 직접 영향이 파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습지의 경제와 환경 가치는 인류 생존과 바로 이어진다. 습지는 빗물을 가두고 물살을 조절해 홍수 피해를 줄이고, 스스로 물을 깨끗하게 해 식수와 농업·산업용수를 공급한다. 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핵심 탄소 저장고이고, 수많은 물고기, 새, 양서류의 서식지를 내어주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휴 로버트슨은 "손실과 황폐화의 규모는 우리가 더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 "연간 수천억 달러 투자 시급"…국제사회 머리 맞대나


보고서는 파괴를 막고 남은 습지를 보전하려면 해마다 2750억 달러(약 381조6450억 원)에서 5500억 달러(약 763조2900억 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투자 수준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생긴 뒤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미리 보전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이 보고서는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에서 열릴 제16차 습지 협약 당사국 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공개됐다. 1971년 체결된 이 협약에는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세계 172나라가 참여하고 있지만, 3년마다 열리는 이번 총회에 모든 회원국이 대표단을 보낼지는 미지수다.

습지 파괴 문제는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에서 특히 심각하며, 유럽과 북미에서도 나빠지는 추세다. 잠비아, 캄보디아, 중국 같은 일부 나라에서 습지를 되살리려는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전 세계의 파괴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힘에 부친다. 앞으로 실질적이고 꾸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는 감당하기 힘든 환경·경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만큼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