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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야기에 스며든 PPL…K-드라마, 한국 상품의 '세계적인 전시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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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야기에 스며든 PPL…K-드라마, 한국 상품의 '세계적인 전시장' 되다

제작비 충당 넘어 서사의 한 축으로…광고와 이야기 경계 허물어
식음료·미용부터 첨단 기술·자동차까지…'갖고 싶은 K-컬처'로 부상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에 등장한 삼성 스마트폰. 사진=라이프 스타일 아시아이미지 확대보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에 등장한 삼성 스마트폰. 사진=라이프 스타일 아시아
K-드라마의 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극 중 등장하는 제품들이 '또 다른 한류'를 이끌고 있다. 드라마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간접광고(PPL)가 작품의 인기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성공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작품을 보든 어김없이 등장해 사실상 고정 출연자나 다름없을 정도다. 식음료부터 미용, 가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K-드라마는 이제 우리 대표 브랜드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고 라이프 스타일 아시아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은 중간 광고 의존도가 낮아, 특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드라마의 제작비를 충당하고자 간접광고(PPL)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가 PPL이 전체 이야기를 해치지 않도록 노출 방식을 규제하고 있지만, 제작사와 광고주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극에 녹여내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의 어색하고 노골적인 노출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거나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을 만들며 한층 섬세해진 연출이 돋보인다.

◇ 광고 아닌 서사로…'이야기'가 된 PPL

PPL의 성공 사례 중 으뜸은 단연 샌드위치 가맹점 서브웨이다. 서브웨이는 '도깨비',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흥행작에 꾸준히 등장하며 'K-드라마 세계관'의 고정 멤버로 자리 잡았다. 특히 '청춘기록'에서는 주인공 사혜준(박보검 분)이 서브웨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설정으로 등장, 브랜드가 이야기 줄거리의 핵심으로 쓰이기도 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면을 넘어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줄거리에 깊숙이 관여하며 PPL의 새 지평을 열었다.
직장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소품도 단골손님이다. 동서식품의 맥심 커피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빈센조' 등 수많은 드라마 속 사무실과 가정에서 등장인물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상징이 됐다. 특유의 노란색 스틱 포장은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시청자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기운을 보충해야 할 순간, 바로 '당'을 채워야 할 때 코피코 캔디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의사들이나 '빈센조'의 주인공이 책상 서랍에서 코피코를 꺼내 먹는 장면은 제품의 특징을 잘 전달했다.

◇ 주인공 향한 선망, '완판 신화'로 이어져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제품들도 빠질 수 없다. 진로 소주는 '이태원 클라쓰', '나의 아저씨' 등에서 인물 간의 위로와 교감, 때로는 갈등의 매개체로 등장하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KGC인삼공사의 홍삼 스틱 '정관장 에브리타임'은 '태양의 후예', '더 킹: 영원의 군주' 등을 통해 현대인의 건강 필수품이란 인상을 굳혔다. 이러한 간접광고 덕분에 말레이시아, 대만 등 해외 시장에서도 제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드라마 속 제품은 이렇듯 단순한 상품을 넘어,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구매해야 할 '인증 상품'으로 통하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창구 역할까지 해낸다.

주인공을 향한 부러움은 자연스레 그가 사용하는 제품으로 이어진다. '태양의 후예'에서 강모연(송혜교 분)이 사용한 라네즈의 '투톤 립 바'는 '송혜교 립스틱'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드라마 방영 후 싱가포르 라네즈 매장에서는 해당 제품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가히의 '링클 바운스 멀티밤' 역시 '더 킹: 영원의 군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 노출된 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품이 됐다.

◇ 기술력과 위상 과시…한국의 '움직이는 전시장'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제적 위상을 상징하는 제품들도 드라마의 품격을 높인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에서 주인공들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 한국의 혁신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깊이 새겨준다.

자동차는 등장인물의 포부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가장 효과 좋은 장치다. 현대차와 기아는 '태양의 후예'(투싼), '당신이 잠든 사이에'(쏘나타), '스타트업'(쏘렌토)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디자인과 성능을 뽐냈다. 최근 '눈물의 여왕'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를 포함한 고급 모델 9종이 대거 등장해 화제를 모으며, 등장인물의 신분과 성격을 설명하는 효과가 큰 '움직이는 PPL' 역할을 톡톡히 했다.

K-드라마 속 간접광고는 이제 단순한 광고를 넘어섰다.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작용하며 드라마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전 세계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강력한 판매 전략이자 K-콘텐츠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또 다른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