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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제재 뚫고 엔비디아 AI 칩 '불법 수리'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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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제재 뚫고 엔비디아 AI 칩 '불법 수리' 활개

금지된 엔비디아 AI 칩 밀수입 증가...고장 빈번해지자 수리 시장 급성장
화웨이 등 대안에도 불구 고성능 엔비디아 칩 수요 여전
H20 칩 대안책 부적합 판단...B200 밀수까지 이어지며 '검은 시장' 확대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수출 규제로 중국 내 판매가 금지된 엔비디아(NVDA)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수리 사업이 중국에서 기이하게도 급증하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무역 및 기술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셋 수리 수요가 중국 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사업의 급성장을 의미한다.

선전의 기술 허브에 있는 두 회사에 따르면, 현재 약 12개의 소규모 기업이 엔비디아 H100 및 A100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기타 다양한 칩에 대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국내로 밀수된 제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 H100은 출시 전인 2022년 9월 미국 당국이 중국의 기술 개발, 특히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 이전 모델인 A100 역시 2년 이상 시장에 출시된 후 같은 시기에 판매가 금지됐다.

금지된 칩 수리 수요 폭증 배경


보도에 따르면 15년 동안 엔비디아 게임용 GPU를 수리해 왔으며 2024년 후반부터 AI 칩 수리 작업을 시작한 한 업체의 공동 소유주는 "수리 수요가 정말 많다"고 전했다.

사업이 크게 번창하자 그는 이러한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고, 현재 이 회사는 매달 최대 500개의 엔비디아 AI 칩을 수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광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시설은 256대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으며, 고객의 데이터센터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테스트와 수리 검증을 수행한다.

지난해 말부터 수리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엔비디아 칩셋이 중국 내에 상당량 밀수입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 입찰 결과를 보면 중국 정부와 군 당국이 미국 기업의 금지된 AI 칩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급 엔비디아 제품의 중국 내 대규모 밀수에 대한 우려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칩셋 판매 후 위치 확인을 위해 칩셋 추적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도 이번 주 이 법안을 지지했다.

이처럼 번창하는 수리 산업은 중국 기술 대기업 화웨이(HWT.UL)가 덜 강력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고급 GPU가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엔비디아 GPU의 구매·판매·수리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회사들은 미국 또는 중국 당국의 조사를 꺼려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자사와 공인 파트너사만이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승인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및 기술 지원 없이 제한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모두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리 수요 지속 및 H20 전환의 어려움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 준수를 위해 중국 시장에 맞춰 특별히 개발된 H20 AI 칩셋의 판매를 재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H20 칩셋으로의 전환은 중국 기업들에 간단하거나 좋은 선택만은 아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8개의 GPU를 탑재한 H20 서버 한 대의 가격이 100만 위안(미화 13만9400달러)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메모리 대역폭이 향상된 H20 칩셋은 AI 추론 작업에 특화돼 설계됐지만, 대규모언어모델 학습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해당 작업에 더 적합한 H100 칩셋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소식통들은 중국 내 H100과 A100 GPU 중 일부가 수년간 24시간 내내 데이터를 처리해 왔고, 이로 인해 고장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한다. GPU 사용 빈도와 유지 관리 빈도에 따라 엔비디아 GPU는 일반적으로 2년에서 5년 정도 사용 후 수리가 필요하다.

첫 번째 소식통에 따르면, 그의 회사는 문제의 복잡성에 따라 GPU를 수리하는 데 1만 위안에서 2만 위안(미화 1400~2800달러)의 비용을 청구한다. 올해 GPU 대여에서 수리로 전환한 선전의 두 번째 수리 서비스 제공 업체는 매달 최대 200개의 엔비디아 AI 칩을 수리할 수 있으며, 수리 건당 GPU 원래 판매가격의 약 10%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수리 서비스에는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트, 팬 수리, 인쇄 회로 기판과 GPU 메모리 오류 진단·수리, 파손된 부품 교체가 포함된다.

한편, 고급 엔비디아 칩의 밀수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 칩 거래 업체들은 고객 수요가 엔비디아가 올해 다른 국가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최고급 B200 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에서는 B200 GPU 8개가 장착된 서버의 가격이 300만 위안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