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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 국경 충돌 격화...태국 민간인 20여 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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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캄보디아 국경 충돌 격화...태국 민간인 20여 명 사망

양국 군대 이틀째 포격전 지속, 10만여 명 대피
말레이시아 총리 중재 나서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요청
태국 군용 차량이 7월 25일 아침 캄보디아 국경 부리람 지방의 도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양측은 밤새 포격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태국 군용 차량이 7월 25일 아침 캄보디아 국경 부리람 지방의 도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다. 양측은 밤새 포격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분쟁이 대규모 군사 충돌로 번지면서 태국에서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태국 당국이 발표했다. 캄보디아에서도 민간인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대행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20명 이상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태국 보건부에 따르면, 사망자는 민간인 13명, 군인 1명이며, 부상자는 민간인 32명, 군인 14명이다. 가장 큰 피해는 시사켓 지방에서 발생했는데, 캄보디아 포격으로 주유소가 폭발해 6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충돌은 24일 오전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의 분쟁 지역인 프레아 비헤아 사원과 타모안 톰 사원 일대에서 시작됐다. 양측은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를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가 민간인 지역에 중화기를 사용해 제네바 협약을 위반했다고 비난했고, 캄보디아는 태국이 먼저 군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태국 내무부는 캄보디아와의 국경 지역 4개 주에서 민간인 10만672명을 대피시켰다고 발표했다. 수린 지방 5만6000명, 시사켓 1만7196명, 부리람 1만7000명, 우본랏차타니 1만476명이 대피한 상태다. 태국은 또한 캄보디아와의 국경 검문소를 모두 폐쇄했다.
양국 군대는 25일에도 포격전을 지속했다. 태국군은 F-16 전투기 6대를 동원해 캄보디아 여단 본부 2곳을 공격했다고 밝혔고, 캄보디아군도 BM-21 다연장 로켓 발사기와 122mm 포 등 중화기로 응전했다. 캄보디아는 태국이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현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24일 저녁 양국 지도자들과 통화해 즉각적인 휴전을 호소했다. 훈 마네 캄보디아 총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번 충돌의 배경에는 프레아 비헤아 사원을 둘러싼 오랜 영토 분쟁이 있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사원 단지를 캄보디아 영토로 판결했지만, 주변 지역의 경계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도 양국은 이 일대에서 무력 충돌을 벌인 바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경제적 영향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에 있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약 5만 명이 6월 이후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현지 NGO가 전했다.

양국 정상은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방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이다. 품탐 총리 대행은 "캄보디아가 먼저 이 일을 멈춰야 한다"며 조건부 대화 입장을 밝혔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