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구글, 최첨단 CO2 배터리로 24시간 무탄소 에너지 도전…AI 전력난 해결사 등장

글로벌이코노믹

구글, 최첨단 CO2 배터리로 24시간 무탄소 에너지 도전…AI 전력난 해결사 등장

8시간 연속 방전 가능한 '이산화탄소 배터리' 상용화 첫 계약, 빅테크 청정에너지 전쟁 신무기
5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연구 시설의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5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연구 시설의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맞서 혁신적인 '이산화탄소 배터리' 기술에 투자했다. 지난 25(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이탈리아 에너지 저장 스타트업 에너지돔(Energy Dome)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장기 에너지 저장 분야 최초의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에서 구글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미국,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러 상업 프로젝트를 전개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을 포함한다. 양사는 현재 개발 및 계약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프로젝트 용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글 유럽·중동·아프리카 에너지 담당 모드 텍시에 이사는 "에너지돔의 기술이 신속한 진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전 세계 지역사회가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8~24시간 연속 저장하는 CO2 혁신 기술
에너지돔의 CO2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치 풍선에 바람을 넣고 빼는 것처럼 간단한 원리를 사용한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때 전력으로 이산화탄소 가스를 압축해 액체로 만들어 저장하고, 전력이 필요할 때 저장된 열을 이용해 액체 CO2를 다시 기체로 팽창시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산화탄소는 압축하면 부피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1000리터의 CO2 기체를 압축하면 약 2.6리터의 액체가 되어 400배나 줄어든다. 이렇게 압축된 CO2를 다시 팽창시킬 때 나오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 장점은 8~24시간의 연속 방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4시간 이하의 저장 능력만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이다. 에너지돔 클라우디오 스파다치니 최고경영자는 "구글과의 전략적 배치를 통해 비용 효율적이고 탄소 없는 24시간 에너지 공급이 기술적으로 달성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돔의 시스템은 리튬이나 희토류 원소를 사용하지 않아 공급망 제약이 적고, 기존 산업 장비를 활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또한 회전하는 터빈으로 인해 전력망에 관성 서비스를 제공해 주파수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에너지돔은 이미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에서 2.5메가와트/4메가와트시 규모의 실증 시설을 3년 이상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20메가와트/200메가와트시 규모의 본격적인 상업용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13000~1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 장기 에너지저장 시장 급성장과 AI 전력 수요 폭증

국제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장기 에너지저장(LDE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마켓앤드마켓츠는 글로벌 LDES 시장 규모가 2024484000만 달러(67000억 원)에서 20301043000만 달러(144400억 원)로 연평균 13.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조사기관인 폴라리스 마켓 리서치는 LDES 시장이 2024481000만 달러(66500억 원)에서 2034170억 달러(235300억 원)로 연평균 13.5%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스트래티스틱스 MRC202555억 달러(76100억 원)에서 2032142억 달러(196500억 원)으로 연평균 14.6%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글의 이번 움직임 배경에는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2022415테라와트시에서 2030년까지 945테라와트시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의 2023년 전체 전력 사용량 557테라와트시의 1.7배 수준이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014.4테라와트시에서 202430.8테라와트시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4년 한 해에만 전력 소비량이 전년 대비 27% 급증했는데, 이는 제미나이 AI 모델 통합과 구글 클라우드 성장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LDES의 일부 기술이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보다 투자 비용이 낮다고 밝혔다. 특히 열에너지 저장과 압축 공기 에너지 기술의 경우 평균 투자 비용이 각각 1킬로와트시당 232달러(32만 원), 293달러(40만 원)으로 ESS1킬로와트시당 평균 유지 비용 304달러(42만 원)보다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2030년까지 24시간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24년 글로벌 평균 무탄소 에너지 비중은 66%에 머물렀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2%에 불과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유사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월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재가동에 투자했고, 아마존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에 5억 달러(6900억 원)을 투자했다. 메타 역시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장기 원전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I 시대를 맞아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청정하고 안정적으로 충족하려는 기술 업계의 혁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돔과 같은 장기 에너지 저장 기술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