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해온 관세 유예 조치가 8월 1일(이하 현지시각) 종료되는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여부에 따라 각국의 수출입 환경이 급변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4개월 동안 전 세계 200여개국과 무역 협정을 추진했지만 최종적으로 체결에 성공한 국가는 유럽연합(EU)을 포함해 8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캐나다, 인도, 멕시코, 호주 등 주요 교역국들은 15~3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 영국·EU·일본 등 8개국과는 협정 체결
베트남은 지난달 2일 기존 46%였던 관세율이 20%로 절반 이상 인하됐으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 접근 확대도 약속했다. 그러나 폴리티코에 따르면 베트남 측은 당초 11% 수준을 예상했던 만큼 일방적인 20% 발표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역시 지난달 15일 미국과 협정을 체결해 관세율을 32%에서 19%로 낮췄고 농산물·에너지 등 대부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철폐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지난달 22일 20%에서 19%로 1%포인트 인하에 그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완전한 시장 개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양국은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달 23일 협정을 체결하며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졌고 자동차 부문에 대한 우대 조치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아마도 역사상 가장 큰 무역 협정”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74조75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와 “90% 수익의 미국 회수”를 언급했다.
EU는 기본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고 항공기 및 일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세율도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항복의 날”이라며 비판했고 마로시 세프코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일본과 유사한 조건으로 31일 협정을 체결했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수출품에 대해 15%의 관세가 적용되며 미국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93조5000억 원)를 투자하고 해당 투자에서 90% 수익은 미국이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반도체 등 산업 분야에서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협상 결렬된 국가엔 고율 관세 예고
반면 캐나다·인도·멕시코 등 미국과 밀접한 무역 관계를 가진 국가들은 아직 협정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인도는 기존 26%보다 1% 낮은 25% 관세를 부과받으며 여기에다 러시아산 무기 및 에너지 수입에 따른 ‘추가 벌칙’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도는 친구지만 지나치게 높은 관세 때문에 미국과의 교역이 제한돼왔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1일부터 35% 관세가 부과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의약품을 겨냥해 추가 보복 가능성도 시사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현재 매우 긴박한 협상 국면”이라며, 완전한 관세 면제를 전제로 한 협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국경 마약 밀수 및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30% 관세가 예정돼 있으며 보복 조치가 있을 경우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 다만 트럼프는 90일간 더 협상을 하겠다고 발표해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게 됐다.
호주는 현재 미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로 기본 10% 관세 적용을 받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선 자체를 15~20%로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을 완화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중국과는 '휴전 연장'도 불확실
중국은 협정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제네바와 스톡홀름에서 연속 회담을 거치며 현재는 30%의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지난 5월 타결된 휴전 협정은 오는 8월 12일까지 유지되며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없이는 연장도 없다”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중국을 주요 ‘보복 관세’ 대상으로 지목해왔고 일방적인 관세율 조정으로 무역 분쟁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해방의 날’로 명명한 4월 2일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34%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