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까지 관세 유예 결정…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결 요원

지난 19일(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중국의 상호 관세 부과를 3개월 추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겨냥한 연장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들어 무역 긴장 완화 의지를 보이며 오는 11월 10일까지 전면 관세 부과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그 전에 추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관세 수준은 중국이 미국 상품에 10%, 미국이 중국 상품에 30%를 부과한다. 이는 올해 4월 미국이 중국에 최고 145%, 중국이 미국에 125%의 관세를 매기며 무역전쟁이 격화됐다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 협상에서 양국이 115%포인트씩 관세를 인하하면서 현재 수준으로 낮춰진 것이다.
이번 연장 조치로 양국은 오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시기까지 현재 관세율을 유지하며 무역협상을 이어간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협상팀이 정상 간 서명 가능한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노력한다.
◇ 중국 제조업 수출 급증으로 글로벌 무역 불균형 심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중국의 수출 왜곡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내 성장이 둔화되면서 전 세계 시장에 제조업 제품을 대량 수출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업 무역흑자는 올해 6월까지 12개월간 1조1400억 달러(약 1595조 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는 미국, 독일, 일본, 한국, 영국을 합친 생산량을 넘어선다.
이런 중국의 제조업 수출 급증은 전 세계 파급효과를 낳는다. 트럼프 재선 이전부터 신중한 성향의 유럽연합(EU)도 반덤핑 조사에 착수해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섬유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들도 중국 수입품 제한 조치를 늘린다.
아브로스 그룹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대표는 "중국 자체도 무역흑자로 인한 왜곡의 피해를 받는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중국 국내 시장으로 역유입되어 부동산 침체와 함께 경제 성장을 끌어내린다"고 분석했다.
◇ 양국 모두 '체면치레용' 합의에 만족할 가능성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좁은 범위의 딜에 집중하는 것은 미국의 고율 관세만으로도 중국이 경제 모델을 재고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보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합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딜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가장 논란 많은 이슈들을 배제했다.
대만, 우크라이나, 위구르족 문제 등 지정학 민감한 사안들을 사실상 논의에서 제외했고, 기후변화 등 협력 가능성이 있던 분야에서의 접촉도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나 환율 자유화 요구도 포기했으며, 펜타닐 단속 관련 관세조차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
예상되는 합의안에는 중국의 희토류 안정 공급 보장, 미국의 첨단기술 접근 확대, 중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유학 지속 허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트럼프 1기 때 '1단계 합의'처럼 중국이 미국산 대두, 쇠고기, 항공기를 대량 구매하겠다는 약속이 추가될 수 있다. 펜타닐 차단과 틱톡 구제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시진핑 주석에게는 대화가 경제와 무역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이중의 승리라고 하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의 인권 침해와 대만 주권 관련 비판을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해체하려는 국제무역 시스템의 수호자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대표는 "합의가 체결된 후 양자 무역적자는 직접 중국 수출 감소로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지만, 많은 중국 제품들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에서 마무리 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원하는 것이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고 일시만 긴장을 낮추는 딜이라면, 그것이 바로 그들이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은 관세에도 7월 연간 기준 7.2% 늘었다. 이는 양자간 무역적자가 무역 관행보다는 각국 내 저축과 수요의 차이를 반영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이전 미국 행정부들이 유럽, 일본 등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단독 행보를 택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