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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인도 모디 총리, 7년 만에 중국 방문…트럼프 관세에 반발해 중국과 협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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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인도 모디 총리, 7년 만에 중국 방문…트럼프 관세에 반발해 중국과 협력하나?

SCO 정상회의서 시진핑과 회담 예정…"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균형외교" 전망
인도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반발한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균형외교를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오는 31(현지시각) 중국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30일 보도했다.

◇ 시진핑, SCO 통해 '미국 대응' 협력체 구축

중국 톈진에서 831일부터 91일까지 열리는 SCO 정상회의에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인도 모디 총리,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트뤼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파키스탄 셰흐바즈 샤리프 총리 등 20여 명의 지도자가 참석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함께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구시(求是)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는 SCO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재등장 이후 강력한 권한 행사가 이들의 두려움을 야기한 것이 이 정상회의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썬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모인 나라들은 서방, 특히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나라들"이라며 "중국이 이들을 불러모아 '우리는 미국식 세계질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채텀하우스 연구소의 위지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올해 SCO 의장국 역할을 맡은 기회를 활용해 '유럽이나 미국 도움 없이도 중국이 세계를 이끌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현재 중국이 상대적으로 정치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SCO2001년 중국 상하이에서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현재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란, 벨라루스 등 10개 나라가 정식 회원이다. 나토(NATO) 같은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회원국들끼리 테러와 싸우는 일을 함께하고 가끔 합동 군사훈련도 한다.

◇ 트럼프 관세 폭탄에 인도, 중국 쪽으로 돌아서

모디 총리가 이번에 중국을 찾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 주 "인도가 러시아 기름을 너무 많이 산다"며 인도 상품에 매기는 관세를 50%나 올렸다.

전문가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동남아시아 나라들도 트럼프가 모든 나라에 관세를 높이겠다고 해서 불안해하며 이번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외무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장관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에서 인도를 압박하면서 기존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손잡자'던 미국의 정책이 망가졌다"고 분석한다.

뉴델리 자와할랄네루대학교의 산제이 K 바르드와지 교수는 "인도가 그동안 외교에서 미국에만 너무 의존해왔다""트럼프가 관세로 때리고 나서야 인도가 '중국과도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중국-인도 관계, 좋아질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과 모디 총리는 31일 따로 만나 회담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회의에서도 만났다.

최근 두 나라 사이에 좋은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인도로 불러들였고, 양국은 서로 오가는 여행과 무역을 다시 활발하게 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중국이 인도에 희토류(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광물), 비료, 터널 파는 기계 등을 다시 팔기로 했다.

두 나라는 지난해 히말라야 산맥 3500㎞ 국경 지역에서 군인들이 순찰하는 방법도 새로 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나라 관계가 쉽게 좋아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아미트 란잔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는 오랫동안 서로 경쟁해온 사이라 모디 총리 입장에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며칠 회담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전쟁을 벌인 뒤 지금까지 사이가 좋지 않다. 특히 5년 전 히말라야 국경에서 양국 군인들이 서로 싸워 죽은 사람까지 나오면서 관계가 최악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이 파키스탄에 전투기 같은 무기를 팔면서 인도가 또 중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뉴델리 정책연구센터의 브라마 첼라니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로 인도를 압박하고, 중국이 파키스탄을 도와주는 상황에서 모디가 중국을 찾아가는 것은 시기적으로 최악"이라며 "모디가 약한 처지에서 시진핑에게 '사이좋게 지내자'고 부탁하러 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스팀슨센터의 윤썬 연구원은 "시진핑이 이번 기회에 모디를 너무 대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인도에게 '미국만 믿고 살지 말고 우리 말도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이 모디와 만나기는 하겠지만, 인도가 주목받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유리 우샤코프는 지난 29"푸틴이 시진핑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모디, 페제시키안, 에르도안, 세르비아 부치치 대통령 등과도 각각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각국 지도자들을 초대해 만찬을 열고, 여러 나라와 개별 회담도 가질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나라들은 공동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