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의 일부를 미국 국채에서 금으로 이동할 경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사만다 다트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골드만삭스 리서치팀은 보고서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손상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주식과 장기 국채 가격이 하락하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화될 수 있다”면서 “반면 금은 제도적 신뢰에 의존하지 않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은 금값의 다양한 향후 경로를 제시하면서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중반까지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은 이어 ‘테일 리스크(꼬리 위험)’ 상황에서는 금값이 4500달러, 더 나아가 미국 민간 보유 국채 자산의 단 1%만이라도 금으로 이동하면 온스당 거의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 올해 들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원자재 중 하나로, 30% 이상 급등하며 이번 주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은 결과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금값의 추가 상승 촉매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계속 압박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 법정 공방까지 펼치며 금 수요를 자극했다.
앞서 JP모건의 패트릭 존스 애널리스트도 전날 보고서에서 금값이 내년 2분기 온스당 4000달러, 내년 말에는 4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존스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거나 이를 초과할 경우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촉진될 것”이라면서 “금값이 올해 연말까지 온스당 약 3675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에 주목하면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시도가 성공할 경우, 연준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금값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 현물 가격은 전날 한때 온스당 3578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날은 상승 폭을 줄이며 뉴욕 시장 초반 3540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