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비용·서방 제재에 러시아 에너지 산업 붕괴 임박

전쟁 비용과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러시아 에너지 경제는 옛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4일(현지시각) 배런스가 전했다.
이 보도는 스탠포드대학교 호버 연구소 마이클 S. 번스탐 연구원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경제학과 스티븐 R. 로즈필드 교수의 분석에 근거했다.
◇ 수입 30% 가까이 줄어든 러시아 석유·가스
가스 최대 수입처인 유럽연합(EU)은 2021년에 러시아산으로 전체 수입량의 45%를 채웠으나, 2025년 들어 13%까지 축소됐다. EU는 2027년 말까지 러시아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과 노르웨이를 포함한 대체 공급망 확장이 수입 감소에 영향을 줬다.
유럽과 미국의 가격 상한제 도입으로 러시아 원유 수출가격은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보다 11.5달러 이상 낮게 책정된다. 게다가 국제 유가가 2024년 배럴당 81달러에서 올해 66달러, 내년에는 58달러까지 떨어져 러시아 에너지 수익은 대폭 줄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인 로즈네프트는 2025년 말 배럴당 45달러, 2026년 43달러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높은 생산비와 정책 실패가 수익성 악화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약 10달러에 석유를 생산하는 반면, 러시아는 육상에서 42달러, 해상에서 44달러가 든다. 세금 전 원가는 32달러 수준이다. 특히 시베리아 일부 유전의 채굴 비용은 평균보다 훨씬 높다. 정부가 세금을 줄이면 생산은 지속할 수 있으나, 재정 수입은 줄어들어 전쟁비 부담이 커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줄인 것도 잘못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 조치가 1000억 입방미터가 넘는 유럽 시장 상실로 이어져 2025년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을 크게 낮췄다.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공급을 완전 중단할 계획이다.
◇ OPEC 생산량 증가와 미국 셰일가스의 영향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은 매일 800만 배럴 이상의 석유와 800억 입방미터가 넘는 천연가스를 공급하며,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대응해 OPEC은 2025년 생산량을 크게 늘렸고, 지난달에만 하루 50만 배럴을 추가 생산했다. OPEC의 추가 생산 소식에 국제 유가는 하락해 러시아의 수출가격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65년 된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은 EU의 원유 금수 조치로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총 길이 6100마일에 달하는 파이프라인 거의 다수가 텅 비었거나 손상된 상태여서, 소련 시절부터 이어온 에너지 수출 체계는 완전히 해체되는 모습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