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캐나다·중남미·유럽으로 발길 돌려

8일(현지시각) CNBC는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의 5월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미국으로의 방문객이 ‘뚜렷하고 광범위한’ 감소세를 보였다고 지적하며 연간 미국의 관광 수입이 169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여행협회(U.S. Travel Association)가 예상한 올해 외국인 여행객 지출액인 2008억 달러에 318억 달러 못 미치는 규모다.
이러한 미국의 여행 수입 감소는 캐나다와 중남미 지역의 여행업계에 역으로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전년 대비 약 18% 줄어들며 175만 명 이상 감소했다.
반면 캐나다 국내 여행 수요는 증가세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코스타(Costa)에 따르면 7월 캐나다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77.6%로,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 스트롱 패스(Canada Strong Pass)’ 캠페인을 통해 자국민의 강인함과 단결을 강조하며, 박물관과 사적지, 국립공원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스트롱 패스’는 올해 여름 동안 캐나다 정부가 시행한 국내 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유럽에서도 미국을 대신해 중남미와 카리브해가 대안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행 여행이 줄어들면서 유럽인들이 유럽 내 여행과 아시아 및 중동 여행도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아시아 관광객들의 선호도 변화도 뚜렷하다. 익스피디아 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시장 담당 부사장 마이클 다이크스는 올해 아시아인들이 유럽과 중동으로 여행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CNBC가 동남아시아 국제 여행객 6000명을 조사한 결과, 미국행을 재고하는 응답자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동아시아 여행을 선택했고, 그 뒤를 유럽과 오세아니아가 이었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을 방문한 해외 여행객은 전년 대비 약 100만 명 감소했다. 관광경제연구소는 올해 연말까지 2019년과 비교해 미국 방문객이 약 13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은 방문객 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국제 여행 점유율은 1996년 8.4%에서 2024년 4.9%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