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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대통령, 커크 피살에 '국가 통합' 아닌 '좌파 책임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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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대통령, 커크 피살에 '국가 통합' 아닌 '좌파 책임론' 제기

"국가 치유 희망" 발언과 정반대로…조지 소로스 향해 '리코법 수사' 공언
용의자, 파시즘 문구 새긴 탄피 남겨…극단주의 동기 수사 집중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서 보수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된 사건 이후, 그를 추모하는 꽃과 촛불 사이에 시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 사진이 놓여 있다. 찰리 커크는 2025년 9월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Turning Point USA 주최 아메리칸 컴백 투어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용의자인 22세 타일러 로빈슨이 체포되었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서 보수 정치 활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된 사건 이후, 그를 추모하는 꽃과 촛불 사이에 시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암살 사건 사진이 놓여 있다. 찰리 커크는 2025년 9월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Turning Point USA 주최 아메리칸 컴백 투어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용의자인 22세 타일러 로빈슨이 체포되었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보수 진영의 유명 논객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치유'를 말하면서도 책임을 '급진 좌파에게 돌려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적 비극 앞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았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특정 정치 세력을 범죄의 배후로 지목하며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NBC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나라가 치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미치광이 같은 급진 좌파 집단과 싸우고 있다"며 "그들은 공정하게 행동한 적이 없다"고 말해, 사건의 책임을 사실상 좌파 진영에 돌렸다.

'급진 좌파' 비난 속 수사 초점은 용의자 동기로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유타주에 사는 22세 타일러 로빈슨으로, 그는 지난 11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찰리 커크의 연설회에서 총을 쏜 혐의를 받는다. 로빈슨은 사건 다음 날인 12일 가족의 설득으로 경찰에 자수했으며, 초범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그가 2021년 유권자 등록을 할 때 지지 정당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로빈슨이 최근 정치 문제에 관심을 보였으며, 범행 전 가족 모임에서 찰리 커크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특히 수사 당국은 현장에서 찾은 탄피에 파시즘, 인터넷 밈,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로빈슨이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로빈슨은 현재 가중 살인, 총기를 사용한 중상해, 사법 방해 혐의를 받는다.

정치권 '자성론' 확산…트럼프는 '소로스' 정조준


찰리 커크 피살 사건은 미국 사회의 극심한 정치 대립이 불러온 위험성을 드러냈다. 콕스 주지사는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일을 멈추고 더 큰 관용을 보여야 한다"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총격 사건 직후 용의자의 신원이나 동기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잔혹한 행위에 기여한 모든 이와 이를 후원하는 조직까지 찾아낼 것"이라며 사실상 '좌파 배후설'을 주장했다.

나아가 13일 '폭스 앤 프렌즈' 방송에 출연해서는 민주당의 오랜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를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로스를 조사할 것"이라며 리코법(부패 및 조직범죄 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국가적 비극을 정적 공격과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삼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