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대한항공, 3000억 원 규모 보잉 777 개조 사업 전면 보류

글로벌이코노믹

대한항공, 3000억 원 규모 보잉 777 개조 사업 전면 보류

공정위 "아시아나 합병 조건 위반 가능성"…운임 인상 논란
'닭장 좌석' 우려 현실로…소비자·정치권 반발에 '백기'
대한항공이 3000억 원 규모의 보잉 777 개조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공정위의 합병 조건 위반 가능성 제기와 '닭장 좌석' 논란 등 소비자 반발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패들유어온카누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이 3000억 원 규모의 보잉 777 개조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공정위의 합병 조건 위반 가능성 제기와 '닭장 좌석' 논란 등 소비자 반발이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패들유어온카누
대한항공이 2억 15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입해 추진하던 보잉 777-300ER 항공기의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 계획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고 패들유어온카누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데다, 일반석 좌석 축소에 대한 승객과 정치권의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개조를 마친 항공기 1대는 서울-싱가포르 노선에만 제한적으로 운용된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보유 중인 보잉 777-300ER 11대의 객실을 전면 개조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40석을 신설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신설 좌석은 기존 일반석보다 최대 50% 넓은 공간, 130도까지 젖혀지는 등받이, 독립형 발 받침대와 머리 받침대, 15.6인치 4K 대형 화면 등을 갖춰 편의성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계획 발표 한 달 만에 항공기 단 1대의 개조를 마친 상태에서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1992년 처음 등장한 이래 30년 넘게 세계 항공업계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비즈니스 클래스 수요 잠식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일반석 승객의 상향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많은 항공사가 도입해왔다. 대한항공의 이번 계획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려는 시도였다.

공정위, 아시아나 합병 조건 위반 가능성 제기


이번 계획 변경의 가장 큰 원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측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승인 조건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승인받으며 공정위로부터 40개 주요 노선에 대한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일반석보다 10~20%가량 비싼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이 노선 내 평균 운임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려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좌석 밀도 높인 일반석…승객·정치권 반발 직면


규제 문제와 더불어 승객들의 거센 반발도 계획 보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공간 확보를 위해 기존 3-3-3(가로 9석) 배열이었던 일반석을 3-4-3(가로 10석) 배열로 변경해 좌석 밀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경우 좌석 폭이 약 1인치(2.54cm) 좁아져 장거리 비행 시 승객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승객 편의를 위해 3-3-3 배열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개조를 통해 좌석 밀도를 높이려다 대다수 승객과 시민단체, 일부 국회의원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여러 논란 끝에 대한항공은 대대적인 개조 계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개조 작업이 완료된 항공기 1대는 오는 9월 17일부터 서울-싱가포르 노선 한 곳에서만 운항을 시작한다. 대한항공은 나머지 10대에 대해서는 소비자 의견 수렴과 제조사 협의 등 추가 검토를 거쳐 장기 계획을 다시 세울 방침이다. 이번 사태로 일본항공, 영국항공 등 경쟁사 대비 프리미엄 좌석 상품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