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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TSMC, 2nm 고객사 대거 확보…인텔, 18A 공정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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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TSMC, 2nm 고객사 대거 확보…인텔, 18A 공정으로 맞불

미디어텍·애플·AMD·엔비디아, TSMC 2nm에 사활…2026년 양산 본격화
인텔 "리본펫·파워비아로 TSMC 넘겠다"…자체 공정 성공에 명운 걸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로고. TSMC는 2025년 하반기 2nm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로고. TSMC는 2025년 하반기 2nm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산업의 기술 지형을 바꿀 '2nm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2025년 하반기 2nm 공정 양산을 예고하면서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로 몰려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TSMC의 2nm 공정 대신 자체 개발한 18A(1.8nm급) 공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파운드리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의 성패를 가를 2nm 기술 주도권을 놓고 TSMC와 인텔의 정면승부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애플·엔비디아 등 빅테크, TSMC 2nm에 '올인'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대만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강자 미디어텍이다. 미디어텍은 16일(현지시각) TSMC의 2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첫 플래그십 시스템온칩(SoC)의 테이프아웃(설계 완료)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산 시점은 2026년 말이다. 미디어텍이 구체적인 칩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칩이 차세대 주력 제품인 '디멘시티 9600'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발표는 미디어텍이 최첨단 공정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 역시 2nm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대만 상업시보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26년 출시할 '아이폰 18' 시리즈의 두뇌 역할을 할 'A20' 프로세서를 2nm 공정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이 모델에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첫 통신 모뎀 'C2'도 2nm 공정으로 함께 탑재할 가능성이 커, 기술 독립성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애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트북용 'M6' 칩과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에 탑재할 'R2' 칩 등 자사 핵심 제품군 전반에 2nm 공정을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HPC와 AI 반도체 시장의 양대 산맥인 AMD와 엔비디아도 공식 합류했다. AMD는 차세대 HPC 제품 '베니스(Venice)'를, 엔비디아는 차세대 파인만(Feynman) 아키텍처 기반의 'A16' 칩을 TSMC 2nm 공정으로 생산한다. 앞으로 AMD는 TSMC의 개선된 N2P/N2X 공정을 통해 젠 6(Zen 6) 아키텍처 기반 칩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텔, 18A 공정으로 '정면승부' 예고


과거 TSMC의 3nm, 5nm 공정을 사용한 인텔이 초기 2nm 고객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인텔이 자체 18A 공정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거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나 인텔 등 경쟁사들보다 TSMC가 수율과 공정 성숙도에서 앞서나가며 고객사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만약 인텔이 18A 공정의 안정성에 의구심을 가졌다면 AMD나 엔비디아처럼 보험 성격으로 TSMC의 2nm 생산라인을 예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18A 공정이 TSMC의 2nm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텔의 자신감은 '리본펫(RibbonFET)'과 '파워비아(PowerVia)'라는 두 가지 혁신 기술에 바탕을 둔다. 리본펫은 TSMC의 GAA와 같은 게이트 올 어라운드 구조이며, 파워비아는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이다. 인텔은 이 두 기술을 동시에 적용해 단순한 집적도 경쟁을 넘어 전력 대비 성능(Perf/W)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10% 지분을 인수한 인텔은 '미국 반도체 독립'의 상징으로서,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서방 세계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지정학적 고려도 담긴 전략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2nm 공정 수요가 기존 3nm를 크게 웃돌며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인텔의 18A 공정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노트북용 '팬서 레이크', 서버용 '다이아몬드 래피즈'를 통해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반면 차질이 생길 경우, AMD와 엔비디아는 TSMC 2nm 공정의 안정성과 물량을 바탕으로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다. 인텔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TSMC가 촉발한 2nm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가운데 2026~2027년 AI, 모바일, PC, HPC 등 핵심 산업에서 전례 없는 기술 혁신과 시장 재편이 펼쳐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