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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스테이블코인 테더 10억 달러 '그림자 금융'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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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 스테이블코인 테더 10억 달러 '그림자 금융' 발각

국제 제재망 뚫린 초유의 사태...영국 거래소 은신처 삼아 10억 달러 세탁
트론 기반 USDT가 '테러 자금' 젖줄 유입액 1년 새 25배 폭증
가상자산 시장 뒤흔드는 IRGC의 은밀한 자금 루트 겨우 0.1%만 회수
영국 런던에서 11일(현지시각) 이란 전국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들이 이란 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에서 11일(현지시각) 이란 전국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위대들이 이란 대사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블록체인 분석 업체 TRM 랩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세력들이 2023년부터 약 10억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이동시킨 것으로 밝혀졌다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페이퍼가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RGC 연계 세력은 주로 영국에 등록된 거래소인 제드섹스(Zedcex)와 제드시온(Zedxion)을 거점으로 활용했으며, 거래의 대부분은 트론(Tron) 네트워크상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이들 거래소 내 IRGC 관련 자금 유입은 2023년 약 2,400만 달러에서 2024년 6억 1,9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조사관들은 IRGC가 국제 금융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존 은행망 대신 추적이 어렵고 유동성이 풍부한 USDT를 '그림자 금융'의 핵심 수단으로 낙점했다고 분석했다.

10억 달러 동결? 실제로는 '거래 누적액'


이번 보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테더가 10억 달러를 동결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며 시장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10억 달러는 3년간의 누적 거래량을 의미하며, 실제 동결된 자산과는 차이가 크다.

실제로 2025년 9월 이스라엘 국가 테러자금 조달 방지국(NBCTF)이 지정한 187개의 IRGC 연관 지갑 중, 테더가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금을 동결한 지갑은 39개에 불과하다. 이들 지갑에 묶인 금액은 약 15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거래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이는 제재 대상자들이 자금을 한곳에 오래 묶어두지 않고 즉각 분산 이동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테더의 대응과 규제당국의 압박


테더 측은 사법 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테더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제재 대상이 된 지갑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동결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테러 자금 조달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규제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책임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전직 미 재무부 관리는 "10억 달러라는 수치는 가상자산이 이란의 제재 회피를 위한 상시적인 인프라로 안착했음을 시사한다"며, 발행사와 규제당국 간의 더 긴밀한 실시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