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중국-러시아 동맹국 겨냥 무역전쟁 확전...인도·브라질 50% 관세 폭탄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중국-러시아 동맹국 겨냥 무역전쟁 확전...인도·브라질 50% 관세 폭탄

브릭스 뭉치며 미국 패권 정면 도전...연방법원 "긴급권한 남용" 제동 걸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하는 고율 관세가 반트럼프와 반미 세력ㅇ을 결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하는 고율 관세가 반트럼프와 반미 세력ㅇ을 결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석유를 사는 인도와 볼소나루를 기소한 브라질에 50%에 이르는 징벌 관세를 때리면서 글로벌 권력 지도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압박이 오히려 중국·러시아 중심 신흥국들의 뭉침을 빠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오폴리티컬모니터는 지난 17(현지시각) "트럼프 관세가 글로벌 파워 지도를 다시 그리면서 남반구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석유 구매 이유로 인도에 50% 관세 폭탄


백악관은 지난 86일 인도 상품에 50%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인도가 값싼 러시아 석유를 계속 사는 것이 미국의 대러 제재와 전략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지난 87일부터 인도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겼는데, 지난달 27일부터 추가로 25%를 더 매겨 총 50%로 올렸다. 인도는 미국의 주요 수입 상대국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약 870억 달러(1247200억 원) 어치 상품을 미국에 팔았다.

브라질도 50% 관세 대상이 됐다. 백악관은 지난 730"브라질 정부의 최근 정책과 관행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정책, 경제를 위협한다"며 긴급 행정명령으로 브라질 수입품에 50%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다. 이는 브라질이 자이르 볼소나루 전 대통령을 쿠데타 기도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연합(EU)에 중국과 인도 수입품에 100% 관세를 매기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브뤼셀은 이런 미국 압박에 따른 관세 인상 논의를 거부했다고 전해졌다.

연방법원 "대통령 권한 넘어섰다" 제동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29일 연방항소법원은 74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른 긴급권한을 써서 일방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것이 권한을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다만 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할 시간을 주려고 오는 1014일까지는 관세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법원은 지난 9일 이 사건 상고를 받아들였으며, 오는 11월 첫째 주에 심리한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는 이달 초 미국 소비자들이 현재 18.2%의 실제 관세율에 직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34년 뒤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25년 미국 가구당 최대 2400달러(332만 원)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브릭스·상하이협력기구 뭉쳐 反미 전선 구축


미국의 관세 압박에 맞서 중국·러시아 중심 신흥국들이 뭉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가 새로 합류한 브릭스(BRICS)는 다자주의를 중심으로 결속하고 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공동 관세 대응 전략을 제안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브릭스 회의에서 "어떤 나라가 벌이는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이 세계경제를 심하게 어지럽히고 국제무역 규칙을 해친다"며 미국을 돌려서 비판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도 시진핑, 나렌드라 모디, 블라디미르 푸틴 등 20여 개국 지도자들이 "냉전 사고방식"에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의 50% 관세에 맞닥뜨린 인도는 이번 회의를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깊게 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남반구 나라들은 남남협력과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같은 틀을 통해 서구 중심 모델에서 벗어난 다른 동맹을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기존 국제기구가 약해지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브릭스 같은 맞선 집단이 떠오르는 것은 신흥 경제국들이 더 이상 서구의 도움이나 지시를 그냥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매사추세츠대학교 아머스트캠퍼스의 자야티 고시 경제학 교수는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발표에는 너무 많은 이중 잣대가 있다""중국뿐 아니라 EU도 러시아 석유를 사고 있고, 미국도 우라늄 등 여러 러시아 수출품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패권 유지를 노린 트럼프의 관세 외교가 오히려 중국·러시아 중심 신흥 경제국으로 경제력이 옮겨가는 것을 빠르게 하며 다극 중심 세계로 바뀌는 것을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천천히 진행되던 다극화가 지정학 격류로 바뀌면서, 남반구 나라들이 전략 자율성을 위한 과감한 실험에 나서는 상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