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전 선제 투자…주가 정점 찍자 '원칙 매도'
시장 유행보다 기업가치 집중…"가치투자는 죽지 않았다"
시장 유행보다 기업가치 집중…"가치투자는 죽지 않았다"

22% 수익률의 비결, '세 가지 원칙'
23년 경력의 베테랑 펀드매니저인 크리스토퍼 하트가 운용하는 보스턴 파트너스의 '글로벌 프리미엄 에퀴티 펀드'는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수수료를 빼고 22%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비교 기준 지수인 MSCI 월드 지수가 같은 기간 기록한 15.2%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클렘슨 대학교에서 기업 금융을 전공한 하트 펀드매니저는 시장 흐름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 투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공은 시장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직 세 가지 핵심 기준을 충족하는 주식에만 투자한다는 확고한 철학에서 비롯됐다. 하트 팀이 적용하는 ‘세 가지 원칙(three circle rule)’은 ▲매력적인 가치평가(밸류에이션) ▲강력한 사업 기초체력(펀더멘털) ▲긍정적인 사업 추진력(모멘텀)을 뜻한다. 포트폴리오에 담은 주식이 이 세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벗어나면, 예컨대 주가가 급등해 가치평가에 부담이 생기거나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면 미련 없이 매도한다. 성장주로 성격이 바뀌면 매도에 나서는 보수적인 가치투자자다.
하트 펀드매니저는 CNBC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20여 년간 우리의 가치 투자 방식을 고수해 엄청난 자산 성장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가가 잘못 매겨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이를 '물이 반쯤 비었다'고 보지 않고 '물이 반쯤 찼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며 역발상 투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기준 지수의 등락과 무관하게, 날마다 원칙에 입각해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전략의 전부다.
원칙의 증명: 2056% 수익률 안겨준 라인메탈
라인메탈 투자 사례는 이러한 전략의 성공을 명확히 보여준다. 올해 초 유럽의 국방비 증액 열풍으로 라인메탈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 펀드는 오히려 보유 지분을 모두 현금으로 바꿨다.
이 펀드가 라인메탈 주식을 처음 사들인 때는 시장의 관심이 미미했던 2019년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지만, 하트 팀은 자동차 부품과 방산 사업이 섞여 있던 라인메탈이 자신들의 '세 가지 원칙'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하트 펀드매니저는 "우리가 매입할 당시 라인메탈은 자동차 부품과 방산, 두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고 우리는 이 기업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봤다"며 "기초체력 역시 마음에 들었다"고 회상했다.
6년 동안 보유하면서 라인메탈은 펀드 내 상위 10개 핵심 종목으로 성장했고, 포트폴리오 비중은 2%를 넘어섰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면이 바뀌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자, 이들은 원칙에 따라 꾸준히 지분을 줄여나갔다. 하트 펀드매니저는 "강세장에서 계속해서 매도하는(selling into strength) 전략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펀드가 라인메탈 주식을 모두 팔았을 때, 2025년 7월까지 최종 수익률은 2056%에 이르렀다. 하트 펀드매니저는 매도 결정을 두고 "우리는 매도 원칙이 있다. 주식의 가치가 내재 가치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면 매도하고 다음 투자처로 옮긴다. 그 주식은 더는 가치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라인메탈의 2027~2028년 실적 전망은 합리적이지만, 그 실적을 두고 시장이 매기는 주가 배수는 가치주의 영역을 벗어났다"며 "성장주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의 투자 방식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장과 다른 길…'가치투자'를 둘러싼 논쟁
내재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찾는 가치 투자는 워런 버핏의 성공 신화를 이끈 전략으로 유명하지만,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성장주가 안겨주는 폭발적인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비판에 부딪히기도 한다. 실제로 보스턴 파트너스의 이 펀드는 지난해 10.7%(수수료 전)의 수익률을 기록해, 23.3% 급등한 S&P 500 지수의 성과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창립자 데이비드 아인혼은 2023년 "하나의 산업으로서 가치 투자는 죽었다"며 "자금이 가치 투자자에게서 인덱스 펀드로 떠나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트 펀드매니저는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가치 투자가 죽은 것처럼 보였던 시기는 역사적으로 여러 번 있었다"며 "하지만 결국 가치 투자는 죽지 않았다는 점이 매번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시장의 단기 유행을 좇기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하는 원칙이야말로 장기 성공의 열쇠라는 신념을 재확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