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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알리바바, AI 사업 성장세에 2500억 달러 랠리…저평가 매력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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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알리바바, AI 사업 성장세에 2500억 달러 랠리…저평가 매력 부각

AI 클라우드 성장 본격화…미국 빅테크 대비 저평가 매력에 '사자'
본토 자금은 '올인', 해외 펀드는 '신중'…공매도 급증 속 기대·우려 교차
알리바바 주가가 AI 사업에 대한 기대를 발판으로 급등하며 올 한 해 2500억 달러 규모의 랠리를 펼쳤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알리바바 주가가 AI 사업에 대한 기대를 발판으로 급등하며 올 한 해 2500억 달러 규모의 랠리를 펼쳤다. 사진은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 전경. 사진=로이터

중국 최대 기술기업 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을 발판 삼아 화려한 부활을 알리며 올 한 해에만 2500억 달러(약 352조 원) 규모의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소외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주가는 두 배 이상 급등했지만, 2020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점에는 여전히 65% 이상 못 미쳐 추가 상승 여력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I 자립'을 향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맞물려 알리바바가 중국 AI 산업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미·중 갈등과 불안한 중국 경제, 치열한 내수 경쟁은 여전히 부담이다. 지난달 알리바바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도 이러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 기술주에 비해 매력적인 기업 가치 평가와 세계적인 펀드들의 낮은 보유 비중은 오히려 추가 매수 여력을 시사하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안 시 코르테시 펀드매니저는 알리바바에 "상당한 상승 여력"이 있다며 "우리는 현재의 (세계 펀드) 비중 축소 투자 태도가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력한 주가 상승세에 따른 소외 공포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상 최고점 대비 65% 낮은 주가…"고평가 논란서 자유롭다"

알리바바 주가는 수년간 이어진 중국 당국의 기술기업 규제와 내부 조직 개편, 소비 심리 위축이 겹치며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최근 반등 국면에서도 음식 배달 등 전자상거래 부문의 극심한 가격 경쟁은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배 수준이다. 이는 지난 3년 평균의 두 배에 이르지만, 항셍 테크 지수와 비슷하며 아마존닷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경쟁사보다는 눈에 띄게 낮다. 과거 전성기 시절 PER이 29배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상승 공간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런던에서 60억 달러(약 8조 4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야누스 헨더슨의 리처드 클로드 매니저는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 평가가 과도하다고 말할 사람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많은 세계 투자자들이 (지금 시점에) 진입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까닭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AI 주식의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알리바바의 현재 가치는 지나치다는 지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AI 투자 확대 선언…클라우드가 성장 이끌어


최근 세계 증시에서는 기업이 AI 사업에 얼마나 많은 돈을 쓸 계획인지가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됐다. 투자를 많이 할수록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알리바바의 에디 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앞으로 3년간 530억 달러(약 74조 6500억 원)로 책정했던 기존 AI 투자 예산을 더욱 늘리겠다고 공언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물론 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의 4대 거대 클라우드 기업이 올해에만 3440억 달러(약 484조 5500억 원) 이상을 AI와 데이터센터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애버딘 인베스트먼츠의 부시 추 투자 매니저는 "중국 기업들이 강력한 AI 역량과 꾸준한 이익 성장을 보여준다면 세계 투자자들도 주목할 것"이라면서도 "알리바바가 세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알리바바의 AI 중심 전략은 이미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분기 실적에서 알리바바 클라우드 인텔리전스 부문은 매출이 26% 급증하며 그룹 내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 새로운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파리 에드몽 드 로칠드 자산운용의 샤오동 바오 펀드매니저는 "알리바바는 세계적 수준의 거대언어모델(LLM), AI 칩 접근성, 클라우드 기반 시설 경험, 풍부한 데이터를 동시에 보유한 중국 내 보기 드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텐센트와 바이트댄스를 소수의 경쟁자로 꼽았다.

본토 투자자들은 알리바바의 성장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 중국 본토 투자자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8.6%에서 11%로 크게 늘었다. 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하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세계 펀드들은 MSCI 중국 지수 내 비중보다 알리바바 주식을 1.3% 적게 보유하고 있다. 다만 갬 인베스트먼트, 애버딘, 로스차일드 등 주요 운용사들이 매수 기회로 평가하고,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4년 만에 알리바바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등 긍정적 변화도 보인다.

이러한 낙관론 속에서도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주가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과매수 국면에 진입했으며, 공매도 비중은 유동주식의 0.47%까지 치솟아 2019년 상장 뒤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가 분석가들은 만장일치로 '매수'를 추천하고, 옵션 시장에서도 추가 상승에 돈을 거는 거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며 뜨거운 투자 열기를 보여준다. 세계 투자 시장에서 알리바바는 중국 내수 경기 둔화라는 위험에도, '중국판 엔비디아 또는 아마존'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만들며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