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 회기 개막, 18승 2패 긴급판결 넘어 본 심리 돌입…리사 쿡 해임권·30만 베네수엘라 이주민 추방 등 400건 소송 쟁점化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일(현지시간) 수개월간 긴급명령 형태로 주요 충돌을 피해왔던 대법관들이 이제 트럼프 대통령직 핵심 정책들을 최종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정면충돌 예고된 새 회기
제니퍼 노우 시카고대 법학교수는 "정말로 대결 국면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주요 헌법 쟁점과 정책 구상들이 빠르게 법원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우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재판 일정에는 트럼프 경제정책 핵심인 관세 대부분의 합법성을 다루는 사건과 독립 기관들을 대통령이 더 강하게 통제하려는 시도를 심리하는 사건이 올라와 있다. 긴급상고 형태이지만 대법원은 트럼프가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인 리사 쿡을 해임할 수 있는지를 정규 재판처럼 다루고 있다. 이 판결은 중앙은행 독립성을 결정하며 미국 경제와 기업,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관들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폐지 시도, 전시법을 활용한 갱단 조직원 추정자들의 신속 추방, 30만 명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추방 보호 박탈 노력도 판단하게 된다.
압도적 승률, 하지만 본 심리는 별개
올해 트럼프 정책과 관련해 대법원이 결정한 약 24건이 모두 긴급 재판부를 통해 처리됐다. 이런 사건 결정은 임시 성격으로, 대법관들은 법 이의제기가 법원에서 진행되는 동안 정책을 시행할지 여부만 결정한다.
법무부 변호사로 수십 건을 대법원에서 변론했고 현재 조지타운 로스쿨 교수인 어빙 고른스타인의 집계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임시 사건들에서 압도적으로 이겨 18승 2패를 기록했고 2건에서는 엇갈린 판결을 받았다.
6대3 보수 우위를 가진 대법원은 법 이의제기가 하급법원에서 진행되는 동안 행정부가 트랜스젠더 군인의 군 복무를 금지하고, 교육부를 대폭 줄이며, 미국 정부효율부(DOGE)가 미국인들의 민감한 사회보장 기록에 접근하게 하고, 미국립보건원(NIH) 연구비 약 8억 달러(약 1조 1200억 원)를 삭감하게 허용했다.
다만 대법관들은 때때로 트럼프를 막았다. 외국인적성법에 따라 베네수엘라 이주민 집단을 추방하는 것을 일시 금지했고, 행정부가 동결한 20억 달러(약 2조 8200억 원) 해외 원조를 재개하라고 명령했으며,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갇힌 메릴랜드주 아버지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귀환을 정부가 돕도록 지시했다.
이런 판결 상당수는 짧은 의견서만 냈거나 아예 의견서가 없었다. 이 때문에 대법원 진보 성향 대법관 일부와 하급법원 판사들은 다수 의견이 스스로를 더 설명해야 하며, 대법관들이 궁극으로 트럼프 조치의 합법성을 어떻게 보는지 의문이 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제임스 윈 판사는 최근 연방 제4순회항소법원 구두변론에서 대법원을 두고 "하급법원들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면 그대로 따를 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최근 한 행사에서 이런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사건 초기 단계에서 너무 자세한 의견을 쓰면 나중에 충분한 자료와 변론을 듣기 전에 대법관들의 생각이 굳어져 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격 심리 앞둔 주요 쟁점들
이제 이런 사건들이 전면 변론을 위해 법원에 도달하기 시작하면서, 대법관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자세히 밝힌 전면 의견서를 내놓아야 한다.
대법원에서 정기로 변론하는 변호사 로만 마르티네스는 "이번 회기는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와 비판자들 사이의 행정권한과 행정 과잉 인식을 둘러싼 핵심 질문에서 큰 충돌을 해결할 회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법관들은 권력분립을 두고 많은 생각과 글쓰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른스타인은 트럼프가 초기 긴급 재판부에서 거둔 승리들이 본격 심리에서도 큰 승리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긴급 재판부 판결들은 종종 대법원을 이념 노선에 따라 갈랐다. 그는 "만약 본 심리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가장 양극화한 회기 중 하나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우 교수는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정당성과 여론, 그리고 법을 고려해 적어도 일부 사건에서는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 그런 결과를 피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대통령 구상을 잇따라 무효화한 뒤 트럼프 조력자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 이런 사건들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권·문화전쟁 쟁점도 산적
대통령 정책과 관련한 사건들이 의제 상당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주목할 만한 다른 사건들도 많다. 맨해튼연구소 선임연구원 일리야 샤피로는 "선거, 규제, 선거구 재획정, 유권자 권리, 선거자금 경우 모두에서 폭발인 정치법 회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재로 가장 큰 사건으로, 대법관들은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힘을 보호하려고 주들이 소수계 과반 투표구를 만들 수 있게 하는 투표권법 핵심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판결할 수 있다. 복잡한 이 분쟁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더 큰 정치 발언권을 주려고 루이지애나주가 두 번째 흑인 과반 의회 선거구를 만든 것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대법원은 또 연방정부가 정당이 자기 후보들과 협조해 쓰는 돈을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는지, 일리노이주 정치인이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주가 집계하지 못하게 하려고 주를 고소할 자격이 있는지도 따진다.
두 번째 연속 회기 동안 대법원은 문화전쟁의 최전선인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 관련 사건들을 다룬다. 한 사건에서는 미성년자의 성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바꾸려는 '전환치료'를 금지하는 콜로라도주 법을 심리한다. 20개가 넘는 주가 이런 치료가 효과가 없고 해롭다는 연구를 근거로 이를 금지하는데, 기독교인 상담사는 이 제한이 자신의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건에서는 거의 30개 주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학교와 대학 여성 스포츠 경기에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판결한다. 지난 회기에서 대법원은 가장 큰 결정 중 하나로 주들이 미성년자를 위한 성전환 치료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수정헌법 2조 관련 중요한 사건도 다룬다. 대법관들은 하와이주가 소유주 동의 없이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사유지에서 은폐한 무기를 휴대하는 것을 금지한 데 대한 이의제기를 심리한다. 주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식당과 상점 같은 곳에 총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낮은 지지율 속 정당성 시험대
대법원 여론 승인은 역사로 최저치 근처에 머물며 정당에 따라 크게 갈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0%가 대법원을 비호감으로 본 반면 48%는 호감을 나타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대법원을 두고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승인 격차가 사상 최대인 65포인트를 기록했다.
여러 전문가는 대법원이 의회가 정치 간섭에서 보호하려고 설립한 독립 기관 수장들을 트럼프가 해임하게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법관들은 이미 임시 판결에서 그가 4명 기관장을 임시로 해임하게 허용했다.
트럼프가 출생시민권을 끝내려 한다면 그 사건이 대법원에 도달했을 때 대법관들을 설득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관세 사건과 외국인적성법이 관련한 잠재 사건의 결과 가능성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런 사건들로 충분하지 않다는 듯, 대법원은 다시 한번 긴급 재판부에서 무거운 쟁점들을 다룬다. 여기에는 트럼프가 쿡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포함한다. 트럼프는 금리를 정하는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오는 1월 구두변론한다.
다른 사건에서 행정부는 대법원에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한 여권 성별 표기 정책을 폐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람들이 여권에 성별을 남성(M), 여성(F)뿐 아니라 제3의 성별(X)로도 스스로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X는 논바이너리(남성도 여성도 아닌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 간성(태어날 때부터 남녀 양쪽 생식기 특징을 가진 사람), 성 비순응(전통 성 역할과 표현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위한 표기다.
이것은 보통 조용한 여름 휴정기에 대법원 문 앞에 밀려든 긴급 사건들 중 하나였다. 대법관들이 가을을 맞아 돌아왔지만 일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다른 긴급 요청들이 분명히 뒤따를 것이다. 행정부는 400건이 넘는 소송을 맞고 있다.
샤피로는 "보통 여름에는 대법원이 쉬는데 올해는 트럼프 관련 긴급 사건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회기가 끝난 것 같지 않았다"며 "숨 돌릴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