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판매 급감에 보조금 703억 달러 ‘헛돈’ 우려…혼다·GM 투자 줄줄이 연기”

토론토 선(Toronto Sun)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업체 스텔란티스가 지프 컴퍼스 생산을 캐나다 브램턴에서 미국으로 옮기기로 결정하면서 3000개 일자리가 위험에 처했으며, 캐나다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 쏟아부은 525억 캐나다 달러(약 52조96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정책 타당성 논란이 일고 있다.
스텔란티스 생산 이전에 150억 달러 보조금 논란
스텔란티스가 지난 15일 발표한 130억 달러(약 18조43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은 일리노이·오하이오·미시간·인디애나 등 4개 주에서 앞으로 4년간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50%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주목할 점은 이전 투자 계획과 달리 전기차 생산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이다.
테크크런치(TC TechCrunch) 교통 전문 편집자 커스틴 코로섹은 "이전 수십억 달러 투자 약속과 달리 이번 계획은 전기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연방정부와 온타리오주 정부가 2023년 스텔란티스-LG에너지솔루션에 제공하기로 한 최대 150억 캐나다 달러(약 15조1300억 원) 규모 보조금 타당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 보조금은 윈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상응하는 지원을 제공하려고 킬로와트시당 35달러 생산 세액 공제를 포함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6일 스텔란티스 글로벌 책임자와 통화를 하고, 브램턴 공장 다른 계획이 있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그들은 브램턴에서 다른 모델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결정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스텔란티스가 캐나다와 맺은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혼다·GM 등 투자 보류 속출
캐나다 전기차 산업 위기는 스텔란티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혼다 캐나다는 올해 5월 150억 캐나다 달러 규모 전기차 프로젝트를 최소 2년간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앨리스턴과 온타리오주 내 다른 지역에 4개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계획으로, 연방 및 온타리오주 정부한테서 총 50억 캐나다 달러(약 5조 원) 직간접 인센티브를 받기로 돼 있었다.
혼다 미베 토시히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를 지연 이유로 들었으며, 앞으로 2년간 세계 시장 흐름을 살펴본 뒤 새로운 시작 시점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혼다는 2025회계연도(2026년 3월 종료)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9% 줄어든 5000억 엔(약 4조71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관세 때문에 6500억 엔(약 6조1200억 원) 규모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GM은 올해 4월 온타리오주 잉거솔 브라이트드롭(BrightDrop) 전기 배달 밴 조립 공장을 일시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판매 부진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생산을 멈추고, 10월 재개할 때는 단일 교대 근무만 운영해 약 500명을 무기한 해고할 계획이다. GM은 3분기 전기차 부문에서 16억 달러(약 2조2600억 원) 손실을 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휘발유 자동차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결정과 관련이 있다.
525억 달러 보조금 정책 재검토 불가피
캐나다 의회 예산처(PBO)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캐나다 연방·온타리오·퀘벡 정부는 전국 13개 주요 전기차 프로젝트에 최대 525억 캐나다 달러를 할당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스스로 투자할 준비를 한 461억 캐나다 달러(약 46조5000억 원)보다 약 14% 더 많은 금액이다.
더 큰 문제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 파산이다. 캐나다 연방 및 퀘벡주 정부는 2023년 노스볼트 배터리 북미의 퀘벡주 생바실레 르 그랑과 맥마스터빌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82억 캐나다 달러(약 8조2700억 원)를 투자할 준비를 했으나, 노스볼트 모회사가 올해 3월 스웨덴에서 파산 신청을 했다. 퀘벡주는 노스볼트에 투자한 2억7000만 캐나다 달러(약 2720억 원)를 날렸으며, 9월 퀘벡 고등법원은 노스볼트 배터리 북미를 파산 선고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과 전기차 판매 둔화가 결합된 "완벽한 폭풍"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캐나다 무공해 차량(ZEV) 등록은 전체 신규 경량 차량 등록의 9.7%에 불과해 지난해 4분기 18.9%, 지난해 1분기 12.5%에서 크게 떨어졌다. 이는 연방 정부 5000 캐나다 달러(약 504만 원)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올해 1월 일찍 끝나고, 퀘벡주가 보조금을 7000 캐나다 달러(약 706만 원)에서 4000 캐나다 달러(약 403만 원)로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유일한 긍정 소식은 연방 및 주 정부 보조금 대부분이 생산 보장과 연결돼 있어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이 나갔다는 점이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 전기차 산업 전략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처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