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법원 '관할권 있다' 판결...손해배상 본안 심리로 진행

18650 배터리는 지름 18m, 길이 65m인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로 노트북, 전동공구, 정원도구 같은 제품의 배터리팩에 쓰이도록 설계됐으나, 일부 소비자들이 전자담배에 따로 사용하면서 폭발 사고가 잇따른다.
미국 온라인 매체 수랜드프라우드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네소타 항소법원이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로 중상을 입은 숀 피터스가 삼성SDI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네소타 법원이 삼성SDI에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공정한 절차와 실질적 정의에 맞는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290만 개 배터리 직접 판매가 쟁점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삼성SDI가 미네소타주에서 사업을 했는지 여부였다. 삼성SDI는 그동안 18650 리튬이온 배터리를 정교한 기업체와 제품 제조업체에 팔았을 뿐 미네소타를 비롯 미국 어느 주에서도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며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원고 측 법률회사 벤틀리앤모어는 관할권 조사 과정에서 삼성SDI가 피해자가 다친 시기에 미네소타 제조업체들에 290만 개 이상의 18650 배터리를 직접 배송하고 판매했다는 중요한 증거를 확보했다. 또한, 삼성SDI가 미네소타 업체들과 맺은 계약서에는 "개인용, 가정용 또는 가구용으로 직접 또는 간접" 재판매를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미네소타 항소법원은 삼성SDI가 적어도 2016년부터 자사의 18650 배터리가 전자담배 매장과 온라인에서 전자담배 용도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미네소타에서 사업할 특권을 의도적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터스의 소송이 삼성SDI가 미네소타에서 광범위하게 접촉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이 연방 제5순회와 제6순회 항소법원의 판례와 같은 논리라고 밝혔다.
2020년 배터리 폭발로 2·3도 화상
이번 소송은 2020년 1월 7일 발생한 배터리 폭발 사고에서 비롯됐다. 피터스는 왼쪽 앞주머니에 넣고 있던 삼성 18650 리튬이온 배터리가 불이 붙으면서 화학물질과 연기를 격렬하게 뿜어냈고, 생식기, 사타구니, 허벅지, 손에 2도와 3도 화상을 입었다.
벤틀리앤모어의 맷 클라크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이 사건을 변론했다. 벤틀리앤모어는 성명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입증하는 첫 관문을 통과했으며, 앞으로 손해배상 심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항소법원 판결에 따라 추가 항소 절차가 없으면 이 사건은 1심 법원으로 돌아가 배터리 폭발에 대한 삼성SDI의 책임 여부와 피터스의 심각한 부상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결정한다.
미국 전역서 엇갈리는 판결
삼성SDI는 미국에서 18650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엇갈린 결과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텍사스주 제5순회 항소법원은 삼성SDI에 관할권을 인정하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반면 지난 7월 인디애나주 제7순회 항소법원은 삼성SDI가 인디애나 전자담배 시장과 직접 연결고리가 없다며 관할권을 기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미네소타 판결이 삼성SDI가 미국 시장에 직접 제품을 공급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바탕으로 나온 만큼 앞으로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벤틀리앤모어의 그렉 벤틀리 대표 변호사는 2015년 미국 최초로 전자담배 부상 사건에서 배심원 평결을 이끌어냈으며, 이후 10년간 LG화학과 삼성SDI를 포함한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미국 전국에서 수백 건의 소송을 벌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