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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칩 전쟁’서 中의 비밀무기는 '도시간 반도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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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칩 전쟁’서 中의 비밀무기는 '도시간 반도체 경쟁'

선전,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수십억 위안 규모 펀드 조성하며 반도체 R&D 투자 유치 경쟁
美 수출 통제와 트럼프의 추가 압박 속, 중국은 '칩 자급자족' 가속화 위해 총력전 펼쳐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반도체 자급자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반도체 자급자족을 가속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 펀드를 잇따라 조성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선전, 상하이, 항저우를 포함한 주요 기술 허브와 후베이성 같은 신흥 플레이어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주요 칩 산업 투자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각 지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반도체 부문의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관찰자들은 분석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남부 도시 선전은 17일 칩 설계 프로젝트는 물론 핵심 장비, 부품, 첨단 패키징 기술에 투자할 50억 위안(약 7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펀드를 공개했다.

등록 정보에 따르면 이 펀드는 선전 시 정부와 시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구 수준 국가 투자 수단의 지원을 받으며 10년 동안 운영될 예정이다.
광동개혁싱크탱크 회장 펑펑은 "반도체 펀드 출범은 치열한 국내외 도시 간 경쟁 속에서 세계적 수준의 혁신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선전의 최근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이번 경쟁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며 "칩, 로봇공학, 신소재는 모두 현지 역량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펑 회장은 "선전은 오랫동안 신흥 산업과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래지향적 접근 방식을 취해왔으며 종자 및 벤처캐피털 투자에 대한 입증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50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는 그러한 예 중 하나이며, 이 부문에서 특별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첨단 칩 기술에서 서방을 따라잡고 해당 부문에서 워싱턴의 수출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함에 따라 중국의 다른 하이테크 제조 허브들도 최근 몇 달 동안 새로운 펀드나 투자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지난 10일 미국 상원은 엔비디아와 AMD 같은 칩 회사가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에게 최신 AI 칩 제품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루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에 대응해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칩 설계에 필수적인 시스템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중요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억제하겠다고 위협했다.

중국 동부 해안의 금융 중심지 상하이 지방정부도 투자 수단을 통해 반도체 펀드를 설립하기 위해 움직였다. 9월 말 상하이에 본사를 둔 칩 장비 제조업체 AMEC(Advanced Micro-Fabrication Equipment)는 업계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15억 위안 규모의 펀드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등록 서류에 따르면 이 펀드는 상하이 국유자본투자공사 자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편 상하이 정부 지원 투자 모펀드는 9월 말에 설립된 57억 위안 규모의 반도체 사모펀드에 자본의 70% 이상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양쯔강 삼각주에서는 중국의 떠오르는 혁신 허브인 항저우가 8월 말 정부 지원 투자 회사를 통해 100억 위안 규모의 펀드 설립을 도왔다. 시 투자진흥국에 따르면 이 기금은 반도체 산업을 중점 투자 영역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중부 후베이성에서는 중국 최고의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가 지난달 설립한 207억 위안 규모의 벤처기업 지분의 거의 50%를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투자 수단이 보유하고 있다.

공개된 기업 데이터에 따르면 새로운 프로젝트는 설계 및 제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체 칩 공급망에 걸쳐 있다.

선전에 본사를 둔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첨단기술산업혁신센터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2024년 1조8000억 위안의 가치가 있었으며, 선전, 상하이, 베이징이 중국 최고의 산업 허브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칩 설계 및 장비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첨단 제조 공정 및 패키징 기술에서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도시 간 반도체 투자 경쟁은 중앙정부의 자급자족 정책을 지방 차원에서 실행하는 독특한 방식"이라며 "각 도시가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빠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분산적이면서도 경쟁적인 투자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중복 투자와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면서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