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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파리 루브르박물관 '백주대낮' 절도…프랑스 “국가적 수치” 대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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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파리 루브르박물관 '백주대낮' 절도…프랑스 “국가적 수치” 대충격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 대낮 절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레인이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에 대낮 절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크레인이 서 있다. 사진=로이터

이른바 ‘프랑스 문화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왕관 보석이 도난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문화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박물관의 구조적 재정난과 보안 인력 감축이 빚어낸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당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경 4명의 괴한이 트럭형 가구용 리프트를 이용해 루브르궁전 외벽을 타고 ‘아폴론 갤러리’로 침입해 나폴레옹 황후 마리 루이즈가 소유했던 에메랄드 귀걸이와 목걸이 등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7분이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프랑스의 수치이며, 우리 보안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내무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경찰 대응, 박물관 경비 체계, 감시카메라 배치 등 전반적인 보안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루브르 직원 노조 대표인 엘리즈 뮐러는 프랑스 공영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수년 전부터 인력 감축에 따른 보안 공백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루브르는 약 6만5000㎡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운영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수백 명의 경비 인력을 줄인 상태다.

WSJ는 “박물관이 2018년 하루 평균 3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보안 인력은 최소화됐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예술품을 지키는 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루브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입장객 상한제를 도입해 지난해 방문객 수는 870만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다.

라시다 다티 문화부 장관은 “박물관 보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40년간 정부는 이런 위기를 방치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가 5.8%에 달하며 공공예산 삭감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루브르의 시설 개보수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건 이전부터 루브르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새로운 출입구 신설과 ‘모나리자’ 관람 동선을 개선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완공은 2031년 이후로 전망된다. WSJ는 “정부의 재정난이 박물관 보안 취약성을 키웠고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번 절도 사건을 ‘조직적 범행’으로 보고 보석이 해체돼 국제 암거래로 흘러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보석이 그대로 팔리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범인들이 돌만 따로 분해해 팔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