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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AI 5억 돌파, '규모의 함정'…실속 없는 'AI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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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AI 5억 돌파, '규모의 함정'…실속 없는 'AI 플러스'

"구글 없는" 검색 공백, 챗봇 열풍으로 착시
정부 실적 채우기 급급…70%가 '비업무용', 수익화 난제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중국의 인공지능(AI) 사용자 수가 5억 명을 돌파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기술 보급 정책이 경이적인 성과를 내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폭발적인 양적 팽창이 과연 질적 성장과 경제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 센터(CNNIC)가 발표한 새 보고서는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올해 6월 기준, 중국의 생성형 AI 사용자 수는 약 5억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대비 2억 6600만 명이나 폭증한 규모로, 중국 인구 3분의 1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러한 통계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산업 전반에 AI 기술을 확산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AI 플러스 이니셔티브'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베이징은 AI를 생산성 향상과 경제 혁신의 핵심 엔진으로 보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사용량'은 선도 모델의 성능(벤치마크) 못지않게 중요한 장기적 영향력의 척도다. 중국 정부로서는 이 데이터를 '초기 승리'로 자축할 법하다.

그러나 이 수치는 "중국이 지금 경제 혁명을 촉발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챗봇 열풍에 휩싸인 것인가?"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사용자 수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라며 양적 팽창의 이면을 주시하고 있다.

'검색 엔진' 공백 파고든 AI 챗봇


실제 사용 행태를 분석한 데이터는 아직 불투명하다. 업계는 폭발적인 내수 소비자 수요의 배경 중 하나로 중국 내 검색 엔진 시장의 특수성을 주목한다.

현재 중국 시장은 바이두(Baidu)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마이크로프트(MS)의 빙(Bing)만이 제한적으로 존재한다. 알파벳의 구글(Google)이 배제된 상황에서, 여러 지역 기반의 '슈퍼앱'들이 분절된 검색 기능을 제공해왔다. 이러한 정보 탐색의 비효율성이 기본적인 정보 검색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근 쏟아진 무료 AI 제품들이 바로 이 '검색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파고들며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AI 사용의 상당 부분이 "검색 기능 대체"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AI의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유추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오픈AI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챗GPT 질의의 절반 이상이 "실용적인 안내(실용 조언)" 또는 "정보 탐색"과 관련이 있었다.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내 챗봇을 비슷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으리라 추론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이러한 방식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자석'이 될 수는 있지만, 중국 정부가 그토록 희망하는 '성장 엔진'으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검색 기능에 치중된 사용 패턴이 경제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AI 플러스'의 허상…실적 채우기 급급한 현장


MS 연구원들은 지난 9월 독점 데이터를 활용해 중국을 "세계 최대 AI 시장"으로 명명했다. 특히 지난 1월 항저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고추론 능력 AI 모델 출시는 AI 도입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기폭제가 됐다.

딥시크는 지방 정부, 국영 기업, 병원 등 공공 부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AI 배포를 촉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 부호가 찍힌다. 이 기술이 실제 운영에 얼마나 깊숙이 통합되었는지, 혹은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용 사례가 단순히 '정부 성과 지표(혹은 정부 할당 목표)'를 충족시키려는 동기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원 내 딥시크 도입이 "너무 빠르고, 너무 이르게(준비가 부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영 기업들은 정부 지침을 따르는 데는 능숙하지만, 초기 기술을 현장에 통합하는 데 필수적인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미숙한 조직, 즉 신기술을 실험하고 최적화하는 혁신 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진짜 장벽은 '수익화'…"돈 안되는 AI"


대중이 AI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운 단계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이것이 기업의 '수익(bottom line)'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

이 문제는 미국 기업들 역시 해결하지 못한 난제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오픈AI 수익의 약 70%는 챗GPT를 사용하는 비업무용 일반 소비자로부터 발생한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의 이 거대 기업조차 챗봇 질의의 대부분이 '업무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실은 중국 AI 시장에 더욱 암울한 징조다. 중국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익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무료 사용(free-to-use)' 서비스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는 빠르게 늘지만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구조적 리스크도 걸림돌이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팬데믹 이후 재정 여력이 줄었고, 기술 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 역시 둔화되고 있다. AI 확산 속도에 비해 실제 산업 현장과의 통합(integration)은 훨씬 더디며, 관련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책 아닌 '기업가 정신'에 달렸다"


AI 확산 문제는 정부의 청사진이나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범용인공지능(AGI) 개발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기술 확산에 초점을 맞춘 중국 정부의 전략은 현명하지만,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용자 수가 곧바로 지속적인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맷 시핸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직면한 "산적한 역풍"을 지적한다. 지방 정부의 가용 현금이 줄었고, 기술 부문에 대한 민간 투자가 위축됐으며, 산업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작업은 본질적으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난관이라는 것이다.

시핸 연구원은 중국이 만약 AI 도입 경쟁에서 미국을 이기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정책 지시 때문이 아니라, 어떤 사업 기회든 그 가치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방법을 항상 찾아내는 중국 기업가들의 집요함(tenacity), 즉 '집요한 상업 창의성'"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 경쟁의 결승선은 아직 10년 이상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범용인공지능(AGI) 연구보다 산업 전반에 AI를 확산시키는 현실적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용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Scaling users)은 중국 정부의 중요한 첫걸음일 수 있다. 하지만 '유용성'을 확대하는 것(Scaling usefulness)과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과제다. 진정한 AI 경제 전환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