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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Z세대 백만장자 80%, 부모 자산운용사 버린다…"암호화폐·대체투자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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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백만장자 80%, 부모 자산운용사 버린다…"암호화폐·대체투자로 승부"

세계 부의 11% 장악한 Z세대, 60/40 포트폴리오 거부하고 50/30/20 선택
2048년까지 83조 5000억 달러 세대 간 이전
2048년까지 8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가운데 Z세대 부자들이 전통 투자 철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2048년까지 8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가운데 Z세대 부자들이 전통 투자 철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미지=GPT4o
오는 2048년까지 835000억 달러(11500조 원) 규모의 자산이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가운데 Z세대 부자들이 전통 투자 철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지난 29(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이 보도는 캡제미니(Capgemini)2025년 세계부자보고서(World Wealth Report)에서 5000명이 넘는 다음 세대 고액자산가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이 가운데 100만 달러(142800만 원) 이상 유동자산을 보유한 Z세대가 거의 600명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부자들은 현재 전 세계 부의 11%를 차지하며 베이비부머 세대와 맞먹는 구매력을 가졌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문화, 즉각 접속 환경에서 자란 이들의 투자 행태는 수십 년간 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 철학을 따라온 부모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암호화폐·사모펀드 올인…20% 대체투자 선호


Z세대 부자들은 자산 보존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주식 50%, 채권 30%, 대체투자 20% 포트폴리오 모델을 선호하며, 이는 베이비부머들이 선호했던 안전 지향 60/40(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와 대조를 이룬다. 대체투자는 올해 초 기준 Z세대 부자 포트폴리오의 17%를 차지했으며, 사모펀드와 가상화폐가 주도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024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1세에서 43세 사이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와 가상화폐가 31%를 차지한 반면, 44세 이상 투자자들은 이들 자산에 6%만 배분했다. 젊은 투자자의 72%는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만으로는 더 이상 평균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답했으며, 이는 나이 든 투자자의 두 배가 넘는다.

구체적으로 젊은 부자의 49%가 이미 가상화폐를 갖고 있으며, 38%가 추가 매입에 관심을 보인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부동산 다음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평가하는 반면, 기성세대는 가상화폐를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최하위권에 놓고 있다.

Z세대는 또한 여러 나라 여권을 가지는 등 국제적 시각을 갖췄다. 싱가포르와 두바이 같은 신흥 국제 금융 중심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세금 혜택뿐 아니라 지정학적 안정성과 경제 다각화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헨리앤파트너스가 2025년 세계 이동성 보고서에서 올해 142000명의 백만장자가 이주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중 아랍에미리트(UAE)9800명 순유입으로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명품 소유 대신 '경험 소비'…여행 지출 2028558조 원


이들 세대는 고급 상품과 서비스에 관심이 크지만, 그 초점이 소유에서 경험과 여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셈블리(Assembly)가 전 세계 3000명 부자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험 중심 고급 여행 지출은 2028년까지 2390억 달러(341조 원)에서 3910억 달러(558조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부유한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의 41%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싶은 바람에 동기를 얻는다고 답했으며, 84%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정의하는 여행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어셈블리 보고서는 "최고 지위는 더 이상 고급 상품 소유를 넘어 잊을 수 없는 정체성을 만드는 경험을 창조하는 것으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80% 교체 예고…디지털 역량이 생존 열쇠


이런 변화는 자산운용업계에 심각한 도전을 던지고 있다. 캡제미니 조사에서 Z세대 부자의 80%는 상속을 받은 뒤 1~2년 안에 부모의 자산운용사를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까닭으로는 디지털 전문성 부족, 세대 간 단절, 시대에 뒤처진 서비스 모델 등을 꼽았다.

J.D. 파워 투자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25%와 밀레니얼의 22%가 내년에 자산운용사를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높은 비용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제시했다. 이는 X세대의 13%와 비교된다.

캡제미니는 자산운용사들이 Z세대 충성도를 유지하려면 세 가지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다음 세대 고객을 반영하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Z세대 생각을 이해하는 젊고 디지털에 능통한 자문가를 배치해야 하며, 오늘날 자문가의 48%2040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재 파이프라인을 추적해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라이프스타일과 고급 브랜드 협력을 제공해야 한다. 컨시어지 서비스와 고급 브랜드와 손잡고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단순화하는 독점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 우선 솔루션을 우선해야 한다. 고객이 계정과 계획 도구에 원활하게 여러 경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자문가 4명 중 1명은 자기 회사가 Z세대 고객을 지원하는 능력에 불만을 표시했다. 디지털 우선 서비스는 고객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자문가가 재무 계획 수립과 건전한 조언 제공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한국 MZ세대 3명 중 1명 암호화폐 투자…베이비부머 은퇴로 수요 급증


한국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50대 한국 금융소비자의 25% 이상이 디지털 자산을 갖고 있으며, 이는 전체 금융자산의 평균 14%를 차지한다. 가상화폐 투자자 중 61%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 투자를 시작했으며, 이 중 80%2200달러(310만 원) 미만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투자금을 늘렸다.

하나은행 2025년 부유층 보고서는 한국 부유한 젊은층 3명 중 1명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나이 든 투자자보다 3배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주요 동기는 높은 수익률(44%)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바람(34%)이었다.

세룰리 어소시에이츠(Cerulli Associates)2022년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국 밀레니얼과 Z세대(MZ세대)2030년까지 생산가능인구의 60%를 차지할 전망이며, 자산운용사와 유통사들은 이들을 겨냥해 디지털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MZ 투자자들은 온라인 거래를 강하게 선호하고 있으며, 리치앤코(Rich & Co)20217월 조사한 결과 MZ 소비자의 53%가 금융상품 구매의 90% 이상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고 답했다.

한국 베이비부머 은퇴도 자산운용 수요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1955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한국 베이비부머 인구는 약 1659만 명으로 추산된다. KB경영연구소가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 금융자산을 가진 이들이 지난해 421800명으로 2023년보다 5900명 늘었으며, 30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는 1500명 늘어 1100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산운용의 중심축이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함께 단순한 '운용'에서 승계, 과세, 법률, 지배구조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40~50대 신흥 자산가들의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테크 섹터 등 해외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경을 넘어 의사결정, 실행, 모니터링을 책임질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캡제미니 금융서비스 전략사업부 최고경영자(CEO)인 카르틱 라마크리슈난(Kartik Ramakrishnan)"오늘날 자문가의 거의 절반인 48%2040년까지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변화는 전통과 단절을 뜻할 필요는 없지만, Z세대를 얻는다는 것은 그들을 움직이는 것과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짜 변화는 Z세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즉 끊임없이 넓어지는 지평선을 가진 세계 기회로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다음 세대 투자자들의 선호가 앞으로 자산운용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디지털 역량, 대체투자 접근성, 경험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 간 부의 이전 과정에서 도태될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