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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호주 오스탈 인수 8개월째 승인 지연…주가 13% 폭락에 주주들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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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호주 오스탈 인수 8개월째 승인 지연…주가 13% 폭락에 주주들 불안 고조

방산·조선 핵심기업 인수 182억 달러 한-호 경제관계 시험대…국가안보 vs 경제협력 팽팽한 줄다리기
오스탈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 사진=오스탈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오스탈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 사진=오스탈 홈페이지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호주 방산·조선업체 오스탈 지분 19.9% 인수가 8개월째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오스탈 주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안이 30(현지시간) 보도했다.

9월 약속 어긴 호주 정부, 주가 4주새 13% 급락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한화의 오스탈 지분 인수안을 검토해 왔다.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지난 6월에 9월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으나 9월이 지나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9월 마지막 주에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빗나갔다.

오스탈은 지난 28일 호주 프리맨틀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방부에 승인 일정을 물었으나, 재무장관이 결정할 때 모두가 동시에 알게 될 것이라는 답만 받았다"고 밝혔다. 패디 그레그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게 없다""재무장관이 결정하면 그때 모두가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해 3월 호주 자회사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18340만 호주달러(1720억 원)에 장외 매입했다. 추가로 총수익스와프 계약으로 9.9%를 확보해 총 19.9%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현재 최대주주인 광산 재벌 앤드루 포레스트의 투자회사 타타랑(지분 18.4%)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승인 지연으로 오스탈 주가는 최근 4주간 13% 넘게 하락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2배 이상 오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시가총액은 29억 호주달러(27200억 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주주들이 승인 여부를 놓고 불안해하면서 주가가 밀린다고 본다.

"한화로부터 파트너십 가치 제안 단 한 장도 못 받아"


오스탈 리처드 스펜서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한화 측을 비판했다. 그는 "한화가 오스탈 지분 매입을 발표한 순간부터 한화오션 사장을 만나 파트너십의 가치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지금까지 한화로부터 구체적 가치를 담은 문서를 단 한 장도 받지 못했다""우리는 주주 가치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최고경영자는 "지난 1년간 한화가 실제 지분 9.9%와 스와프 계약 9.9%를 합쳐 사실상 19.9%를 갖고 있었으나 회사 경영에 나쁜 영향은 없었다""앞으로도 우리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화가 호주 정부 승인을 받든 못 받든 우리 사업 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오스탈 창립자 존 로스웰은 9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인수에 가장 목소리 높여 반대했다. 최대주주인 광산 재벌 앤드루 포레스트도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탈은 올해 8월 호주 정부에 새로 만든 자회사의 "황금주"를 넘겼다. 황금주란 정부가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특별한 주식이다. 이를 통해 오스탈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위상을 높였다. 이 조치는 외국 기업이 오스탈을 쉽게 인수하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

한화, 미국 승인은 받았으나 호주 정부가 관건


호주 정부는 오스탈의 전략 중요성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다. 오스탈은 호주 유일의 전략 조선사이자 미국 해군 4대 핵심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다. 호주 서부 헨더슨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갖고 있으며, 수주 잔고는 142억 호주달러(133300억 원)이다. 미국 소형 수상함과 군수지원함 시장에서 40~60%를 차지한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지난해 어떤 거래든 민감한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지키려면 엄격한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말스 장관의 입장은 지난 1년간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이 문제는 두 회사 문제라며 호주 해군이 미쓰비시와 함께 범용 호위함 11척을 건조하는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학교 국가안보 전문가 제니퍼 파커 교수는 "호주는 조선업을 경제 사업이 아니라 핵심 전략 능력으로 봐야 한다""섬나라인 호주가 계속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주권 능력은 안보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여전히 고민하는 부분은 한화의 지분 확대가 오스탈의 기존 파트너십, 특히 미쓰비시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며 "호주 조선사 소유권을 약화하면서 기업이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해 이용되는 결정은 안 된다"고 말했다.

AUKUS 프로젝트와 한-호주 경제협력


오스탈의 전략 가치는 AUKUS 프로젝트와 깊은 관련이 있다. AUKUS2021년 미국·영국·호주가 맺은 안보 파트너십으로,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스탈은 이 사업에서 중요한 구실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올해 6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로부터 오스탈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미국 정부가 "풀리지 않은 국가안보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스탈 본사가 있는 호주 정부의 마지막 승인이 관건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차 한국을 방문해 포스코를 돌아보며 "한국과 호주의 182억 달러(26조 원) 경제 관계는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호주의 가장 큰 상업 파트너다.

한화는 지난해 오스탈 측과 인수 협상이 무산된 뒤 공개 매수 방식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당시 한화는 102000만 호주달러(9570억 원)를 제시했으나 오스탈 이사회가 거부하며 적절한 실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오스탈 측은 한화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잘못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글로벌디펜스 대표는 "한국 조선 기술과 운영 시스템이 미국 방산 산업과 만나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오스탈과 협력해 미국 조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