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추격 가속…AI 팹 구축용 GPU 5만 개 구매, 협력 강화
이재용-젠슨 황 만남, 20년 협력 재확인…HBM3E·HBM4 동시 공급 추진
이재용-젠슨 황 만남, 20년 협력 재확인…HBM3E·HBM4 동시 공급 추진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가를 차세대 메모리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신제품인 HBM4 공급을 위한 "긴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움직임은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 시장의 판도를 뒤집으려는 삼성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HBM은 GPU나 AI 프로세서의 대역폭을 크게 늘리는 핵심 부품이며, 인공지능 서버의 성능을 좌우한다.
10월 3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칩 공급을 놓고 엔비디아와 "긴밀히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공식 밝혔다. HBM은 2013년에 처음 생산된 디램(DRAM) 표준의 한 종류다. 이 기술은 칩을 수직으로 쌓아 공간을 줄이고 전력 소비를 낮춘다. 이처럼 HBM은 복잡한 AI 응용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AI 칩셋의 핵심 구성 요소인 최신 HBM 칩인 HBM4를 삼성전자는 2026년에 출시하고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선적 목표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미 현세대 HBM3E 제품군을 엔비디아를 포함한 "모든 관련 고객"에게 공급 중이다. 차세대 HBM4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SK하이닉스 선두 경쟁, 삼성 'AI 팹'으로 승부
KB증권의 김제이 리서치센터장은 "HBM4는 아직 완전한 양산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면서도, "삼성은 생산 능력과 기술 투자를 기반으로 유리한 처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HBM4 공급 계약이 성사된다면, 삼성은 이전 HBM 시리즈에서 제한적이던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릴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HBM4는 거대 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훈련용 GPU가 요구하는 초고속 메모리 병목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젠슨 황-이재용 '치맥 회동', 공급망 다변화 전략
엔비디아는 별도로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와의 "HBM3E 및 HBM4 핵심 공급 협력(key supply collaboration)" 관계를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엔비디아가 공급망을 다양하게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세부 공급 일정이나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HBM3E와 HBM4 동시 공급 협력은 삼성전자의 시장 복귀에 강력한 신호를 던져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AI 기반 반도체 공정 자동화와 생산 수율을 높이는 AI 기반 스마트 팹(smart fab) 구축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5만 개를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5만 개의 GPU 구매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HBM4 협의는 최고 경영진 간의 만남으로 더욱 무게가 실린다. APEC CEO 정상회의 참석하러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0일에 서울에서 비공식 만찬(치킨과 맥주 자리)을 함께했다. 이재용 회장은 "엔비디아는 핵심 고객이자 전략적 파트너이며, 20년이 넘는 협력 관계를 강조한다"고 말하며 양사의 관계를 강조했다. 두 사람은 20년 넘게 지속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며, 두 회사 간의 장기적인 전략적 동반 관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HBM4 공급 협상 소식 후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만에 최대 4.32% 상승했다. 2025년 7월 이후 약 60% 이상 주가가 올랐다. 국제 투자자들은 메모리 경기 반등 및 AI 수요 확대에 대한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메모리 칩 붐의 수혜를 입는 데 다소 늦은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현세대 HBM3E 공급과 이번 HBM4 협상 추진을 통해 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 HBM4 양산 성공 여부가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핵심 관전 지점으로 평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