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관세에도 희토류·반도체 공급망으로 맞불…미국의 경제구조 개편 압박 8년째 실패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한 분석 기사에서 워싱턴이 베이징의 경제 구조조정을 압박하려던 목표를 사실상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무역전쟁 8년, 미국의 전략 실패
WSJ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무역 협상에서 다시 한번 타협점을 찾았으나, 미국이 중국에 요구해온 근본적인 경제구조 변화는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관세로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 경제로 바뀌도록 유도하려 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14억 자국민의 소비를 억제하는 중상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의료·사회복지 시스템을 개편해 소비를 늘리고,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더 많은 상품을 사들이도록 만들려 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협상가는 "이번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관계 안정화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헛된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틀러는 "양측이 관세와 중요 광물 문제를 둘러싼 흥정에만 얽매여 구조 문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응은 미국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관세를 부과받은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과 달리, 중국은 희토류 금속 독점권으로 미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미국산 대두 구매를 중단하는 등 자체 강경 대응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125%의 관세로 맞대응했다. 이후 지난 5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협상에서 양국은 90일간 관세를 각각 30%와 10%로 낮추는 휴전에 합의했으나, 근본 경제구조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첫 임기 때 중국산 제품 34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에 25% 관세를 매기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광범위한 경제 자유화 목표 상당 부분을 말로는 공약했으나, 실제로는 중국의 기술 야망을 억제하는 데 쏟았다.
1조 달러 무역흑자, 제조업 집착 강화
중국 세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9900억 달러(약 1416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조 달러(약 1430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 1~10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7850억 달러(약 1123조 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170개 이상 국가를 상대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이자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 전임 책임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제조업을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공장 부문을 키우려는 저개발국이든, 경쟁 위협이 커지는 선진국이든 마찬가지다. 실제로 중국은 자동차·항공기·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저부가가치 제조업 분야에서 저개발국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는 것을 거부해 왔다.
프라사드는 중국 상품에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 경제는 과도한 생산 탓에 디플레이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 생산을 번영의 원천으로 여기는 이념 집착과 경제 전환에 필요한 세제·의료·사회복지 분야의 고통스러운 개혁에 대한 경계심이 중국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공급망 장악으로 미국 압박 무력화
중국은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물러난 것을 활용해 미국 주도 서방에 의존하는 분야, 즉 '병목 지점'으로 여겨지는 곳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워싱턴의 영향력을 무력화하려 노력했다. 조사 컨설팅 회사 트리비움 차이나의 디니 맥마혼 시장 조사 책임자는 "중국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과 소재 생산에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조 전략을 바꿨다"며 "이런 변화로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더욱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마혼은 "시진핑 주석은 적어도 2019년부터 글로벌 공급망 강화에 대해 언급해 왔다"며 "이제 어디서 사든 거의 모든 제조품은 중국 공급망에 어느 정도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 컨설팅 회사 로디엄 그룹의 올리버 멜튼 이사는 "미국은 중국의 거시경제 전략에 영향을 미칠 능력이 거의 없다"며 "미국은 소비를 중시하는 반면 중국은 제조업 생산을 중시하는 등 경제 성장 방식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멜튼은 최근 베이징에서 미국 재무부 재정 담당관으로 5년간 근무를 마친 인물이다.
존스홉킨스 고등국제대학원의 헨리 패럴 국제관계학 교수는 무역 전쟁이 중국 경제의 재균형을 촉진하기는커녕, 반도체 같은 핵심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희토류 독점 같은 반격용 경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진핑 주석에게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패럴은 중국의 목표는 "미국이 중국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은 이달 초 차기 5개년 계획 청사진을 발표하며 기존 노선에서 벗어날 뜻이 거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기술 자립 의지를 다시 강조하며, 첨단 제조업 투자를 늘리고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뉴욕증시] 팔란티어·AMD 실적 발표에 촉각](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5110206363203421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