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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리튬 자급률 3→97% 전환...벌컨·글렌코어 8년 4만4000t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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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리튬 자급률 3→97% 전환...벌컨·글렌코어 8년 4만4000t 계약

獨 라이온하트 프로젝트 2028년 가동...LG엔솔 연 100GWh 확대
지열로 연 2만4000t 생산, 전기차 50만대 배터리 공급
독일 리튬 생산업체 벌컨에너지가 스위스 자원 대기업 글렌코어와 8년간 최대 4만4000t의 수산화리튬 일수화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유럽의 리튬 자급 체계 구축이 본격화됐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리튬 생산업체 벌컨에너지가 스위스 자원 대기업 글렌코어와 8년간 최대 4만4000t의 수산화리튬 일수화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유럽의 리튬 자급 체계 구축이 본격화됐다. 이미지=GPT4o
독일 리튬 생산업체 벌컨에너지가 스위스 자원 대기업 글렌코어와 8년간 최대 44000t의 수산화리튬 일수화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유럽의 리튬 자급 체계 구축이 본격화됐다.

독일 경제매체 아드-호크-뉴스는 지난 2(현지시각) 이번 계약이 현재 리튬 수요의 97~99%를 수입에 의존하는 유럽이 독자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벌컨에너지는 지난달 13일 글렌코어 자회사와 8년간 36000~440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일수화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글렌코어는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업체 유미코아에 이어 벌컨에너지의 네 번째 주요 고객이 됐다. 이번 계약은 벌컨에너지 1단계 사업인 라이온하트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필요한 마지막 공급 계약으로, 업계에서는 오는 4분기 중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이온하트 프로젝트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 지역인 상부 라인 계곡에서 추진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리튬 생산 사업이다. 벌컨에너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4000t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계획인데, 이는 약 50만 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벌컨에너지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위해 요르드프록사에 14000만 유로(2307억 원)를 지불하기로 했으며, 지열 발전소 건설을 위해 투르보덴, 롬 테크닉과 계약을 맺었다. 라이온하트 프로젝트의 상업 생산 시설은 독일 란다우와 프랑크푸르트 훼히스트에 들어설 예정이며, 2028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열 활용 무탄소 기술로 환경 부담 최소화


벌컨에너지의 라이온하트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획기적인 생산 방식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2000~4000m 깊이에서 나오는 120~180도의 열수에서 지열 에너지를 얻고, 동시에 리튬을 추출하는 통합 시스템을 활용한다. 벌컨에너지가 개발한 흡착형 직접리튬추출(A-DLE) 기술은 열수에서 지열 에너지로 전기를 만든 뒤, 자체 개발한 흡착제 벌소브를 써 리튬을 선택적으로 포집하고, 리튬을 제거한 열수는 다시 지하로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기존 생산 방식과 비교해 환경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기존 증발지 방식은 리튬 1t을 생산하는 데 18개월 이상 걸리고 30~60㎢의 토지가 필요한 반면, 벌컨에너지의 방식은 수 시간 만에 추출이 가능하며 토지 사용은 0.3㎢에 불과하다. 물 사용량도 기존 방식의 2% 수준이며, 수산화리튬 1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마이너스 3kg으로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를 흡수한다. 기존 방식이 수산화리튬 1t10~3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030년 연간 15~20t 수요 충당 목표


유럽의 리튬 자급 노력은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와 공급망 취약성 해소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전략이다. 유럽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유럽은 2030년까지 배터리 기가팩토리 총 생산 능력이 700기가와트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연간 15~20t의 수산화리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벌컨에너지의 현지 생산은 물류비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남미에서 리튬을 수송할 경우 t1000달러(140만 원) 이상의 운송비가 들지만, 유럽 현지 생산은 이런 비용을 없애면서 공급망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유럽 배터리 생태계 구축은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연간 86기가와트시 규모의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생산 능력을 100기가와트시로 늘릴 계획이다. 이 공장은 폭스바겐그룹, 아우디, 포르쉐, 재규어랜드로버, 메르세데스-벤츠에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벌컨에너지와 2022년 맺은 계약에 따라 2025년부터 5년간 41000~5t의 배터리급 리튬 화학물질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도 유럽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캐틀과 스페인 사라고사에 최대 50기가와트시 규모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최대 41억 유로(67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2026년 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완전한 탄소중립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