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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AI 지각생' 인텔의 새 수장, 립부탄의 3100명 감원 '충격 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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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AI 지각생' 인텔의 새 수장, 립부탄의 3100명 감원 '충격 요법'

'겔싱어 시대' 막 내리고 '파운드리 전문가' 립부탄 등판…위기 돌파는 여전히 '감원'
AI 시장에선 엔비디아, 서버에선 AMD…'새 CEO' 립부탄의 험난한 추격전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반도체 '공룡' 인텔이 신임 최고경영자(CEO) 체제하에서도 혹독한 구조조정의 칼을 다시 빼 들었다. 올해 3월 '파운드리 업계의 거물' 립부탄(Lip-Bu Tan)을 새로운 CEO로 맞이한 지 8개월 만에, 또다시 669명의 추가 감원을 단행한 것이다. 올해 오리건주에서만 누적 31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시장은 '새 리더십'에 대한 기대보다 '현실의 암울함'에 즉각 반응했다고 스탁스투데이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감원 발표가 나온 목요일(14일) 인텔 주가는 5.2% 급락했으며, 금요일(15일)에도 기술주 전반의 반등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 채 1% 추가 하락했다. 이는 팻 겔싱어 전임 CEO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텔의 근본적인 위기가 새 리더십 하에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번 감원은 립부탄 CEO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AI 시장은 엔비디아가, 서버 CPU 시장은 AMD가 장악한 '이중고' 속에서, 전임자가 벌여놓은 막대한 파운드리 투자를 감당하기 위한 '실탄'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파운드리 전문가' 등판했지만…딜레마는 '현재진행형'


립부탄 CEO는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툴의 거목 '케이던스'를 이끌었던 인물로, 파운드리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다. 시장은 겔싱어의 'IDM 2.0' 전략을 한 단계 더 진화시킬 적임자로 그를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물려받은 과제는 녹록지 않다. AI 시장은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고, 인텔의 AI 가속기 '가우디'는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캐시카우'였던 서버 CPU 시장 역시 AMD '에픽'의 공세에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애리조나와 오하이오 등에 짓는 신규 팹(공장)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계속 투입되어야 한다. 결국 립부탄 CEO 역시 '수익성 악화'와 '미래 투자'라는 딜레마 속에서 인력 감축이라는 고통스러운 '비용 절감'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립부탄의 '진짜 시험대', AI 전략 재정립


시장의 관심은 립부탄 CEO가 겔싱어의 'IDM 2.0' 전략을 어떻게 재정비할지에 쏠려있다. 특히 지난 11일, 인텔의 AI 전략을 총괄하던 최고기술책임자(CTO)마저 오픈AI로 이적하면서 립부탄 CEO가 직접 AI 그룹을 총괄하기로 했다. 이는 그가 AI 시장 추격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그만큼 내부 리더십이 불안정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금융 전문가들이 인텔에 대해 여전히 '보유(Hold)'라는 신중한 등급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한 파운드리 투자와 엔비디아를 추격하기 위한 AI 칩 개발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전선에서 승리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반도체 제왕'의 부활이라는 특명을 받고 등판한 립부탄 CEO의 진정한 시험대는 2026년 1월 말에 발표될 2025년 4분기 실적이 될 전망이다. 이번 고강도 구조조정이 신임 CEO의 리더십 아래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고 'AI 추격'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평가는 그때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