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쉐가 미국의 고급차 딜러와 3억 달러(약 436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포르쉐가 진행해온 공격적인 가격 인상과 브랜드 고급화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며 미국 내 유력 딜러와의 갈등으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코럴게이블스의 대형 딜러사인 ‘더 컬렉션’은 포르쉐가 단독 전시장 설치 요구를 거부하자 차량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며 지난 2022년 소송을 제기했다. 포르쉐 본사인 포르쉐 AG는 독일 기업이라는 이유로 관할권 배제를 주장했지만 최근 마이애미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내년 3월 본격적인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포르쉐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더 컬렉션이 오랜 기간 판매 부진을 겪었으며 새로운 전시장에 투자하지 않은 점이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포르쉐가 최근 수년간 추진해온 이른바 ‘페라리화’ 전략의 부작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페라리처럼 희소성과 고급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 아래 포르쉐는 일부 차량 가격을 크게 인상하고 단독 매장 설치를 딜러들에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연간 31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포르쉐가 연간 1만4000대 수준에 불과한 페라리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FT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내 일부 포르쉐 딜러는 제조사 권장가보다 수천 달러 이상 높은 가격에 차량을 판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쉐는 이러한 가격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직접 딜러망을 재편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포르쉐는 최근 몇 년간 전동화 전략에도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손실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표 모델인 마칸과 카이맨의 내연기관·하이브리드 후속 생산을 중단한 결정은 수조원대 손실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포르쉐의 올해 1~9월 북미 판매는 전년 대비 6% 줄었고 중국과 독일에서는 각각 25%, 16%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 새로 취임할 예정인 마이클 라이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소송 이슈까지 떠안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은 포르쉐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며 딜러와의 분쟁은 브랜드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신임 CEO는 빠르게 갈등을 수습하고 전략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