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발목' 잡은 AI 메모리…구글·메타 출신 1억 달러 '도전장'

구글과 메타 플랫폼 등 빅테크의 전직 고위 임원 3명이 인공지능(AI) 컴퓨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메모리 한계' 해결을 목표로 스타트업 '마제스틱 랩스(Majestic Labs)'를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최근 1억 달러(약 1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며 차세대 AI 서버 아키텍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제스틱 랩스의 최고경영자(CEO) 오페르 샤캄은 현재 AI 업계가 직면한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빠른 GPU(그래픽 처리 장치) 프로세서를 통해 AI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지만, 메모리 대역폭 성장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불균형이 결국 처리 지연을 유발하며, AI 성능과 모델 규모 확장을 제한하는 핵심 병목 현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샤캄 CEO는 "AI 성능의 다음 도약은 메모리 시스템을 재구상하는 데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제스틱 랩스의 전략은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강력한 GPU의 성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존 메모리 시스템의 제약을 해결하고 AI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CNBC와 비즈니스 치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제스틱 랩스가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서버 설계는 기존 엔터프라이즈급 서버와 비교해 최대 1000배에 달하는 메모리 용량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새로운 아키텍처는 표준 서버 랙(Rack) 최대 10개를 단 하나의 장치로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데이터 센터의 공간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성능은 최대 50배까지 향상시키는 잠재력을 지닌다. 또한, 전력 사용량과 냉각 요구 사항을 줄여 운영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제스틱 랩스가 제시하는 기술의 핵심은 단일 서버 내에 여러 컴퓨팅 계층과 메모리 계층을 통합하는 접근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의 데이터 이동(Data Exchange)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전력을 소모한다. 마제스틱 랩스의 설계는 이러한 데이터가 여러 장치 사이를 자주 오갈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줄여,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이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은 현재 검토가 진행 중인 단계다.

마제스틱 랩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2027년까지 일부 핵심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시제품 유닛을 출시하고, 실제 환경에서의 테스트 및 검증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미 복수의 잠재 고객들과 선주문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잠재 고객군으로는 방대한 AI 워크로드를 처리해야 하는 금융 기관, 신약 개발 등에 AI를 활용하는 제약 회사, 그리고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제공업체(Hyperscale Cloud Provider) 등이 거론된다. 다만, 마제스틱 랩스 측은 구체적인 고객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차세대 아키텍처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마제스틱 랩스는 지난 9월 진행된 시리즈 A 펀딩 라운드에서 7100만 달러(약 1036억 원)를 확보했다.

이번 라운드는 보우 웨이브 캐피털(Bow Wave Capital)이 주도했으며, 럭스 캐피털(Lux Capital) 및 다수의 벤처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여기에 초기 투자자들과 창업자들이 직접 출자한 자금을 더해, 회사가 지금까지 조달한 총 누적 투자액은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한다.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마스미 레이너스에 따르면, 3명의 공동 창업자는 구글과 메타 재직 시절부터 10년 이상 AI 칩 설계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해 온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공유한 깊은 전문 지식과 문제의식이 2023년 마제스틱 랩스 설립의 견고한 기반이 되었다.

현재 마제스틱 랩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앨토스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두 곳의 사무소에 50명 미만의 핵심 인력을 두고 있다. 회사는 두 거점의 팀 규모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며, 2026년에는 새로운 펀딩 라운드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