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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와 비밀 협의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28개 항목 평화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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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와 비밀 협의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28개 항목 평화안 작성

가자 평화협정 방식 적용…4개 분야 협상안, 러시아 "입장 반영" 환영하나 우크라이나·유럽 반응은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와 협의를 거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28개 항목의 새로운 평화계획을 비밀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18(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평화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평화협상에서 성과를 낸 방식을 본뜬 것으로, 러시아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이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4개 분야 28개 항목 협상안 골자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번 평화계획의 28개 항목은 크게 4개 분야로 나뉜다. 우크라이나 평화, 안보 보장, 유럽 안보,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향후 관계 등이다.

다만 동부 우크라이나 영토 통제권과 같은 민감한 쟁점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 조금씩 전진하고 있지만, 크렘린이 요구하는 영토보다는 훨씬 적은 땅을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측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계획 작성을 주도하고 있으며, 러시아 측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광범위하게 논의를 벌였다고 미국 관계자가 전했다. 러시아 국부펀드를 운영하면서 우크라이나 외교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드미트리예프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마이애미를 방문해 위트코프와 트럼프 팀 인사들과 사흘간 집중 협의를 했다고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시아 "입장 반영" 환영…우크라이나는 신중


드미트리예프는 이번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에 낙관론을 표했다. 그는 과거 시도와 달리 "러시아 입장이 실제로 반영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이번 계획이 지난 8월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합의한 원칙을 토대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분쟁만이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관계 회복, 러시아의 안보 우려 해소를 다루는 훨씬 광범위한 틀"이라며 "유럽에 지속 가능한 안보를 가져오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위트코프는 19일 트뤼키예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고 우크라이나와 미국 관계자가 전했다. 다만 같은 주 초 마이애미에서 젤렌스키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루스템 우메로프와 이 계획을 논의했다고 우크라이나 관계자가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미국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대통령은 살상을 멈추고 전쟁을 끝낼 거래를 할 때가 됐다고 분명히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유연성을 보이면 이 무의미한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영국 주도 계획과 별개…유럽 설득 진행 중


드미트리예프는 이번 노력이 영국 주도로 추진 중인 가자 방식의 우크라이나 평화계획과는 완전히 별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주도 계획은 러시아 입장을 무시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특사는 미국 측이 현재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에 이번 접근법의 "이점"을 설명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장에서 분명히 추가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모스크바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계자는 백악관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관계자들에게도 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설득할 실질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각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관계자는 "지금이 이 계획을 추진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다만 양측 모두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계획은 현재 보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평화계획이 현 전선을 동결하는 방식의 휴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평화계획은 전쟁을 끝내기보다는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공식 인정과 책임 추궁보다는 즉각적 안정과 경제적 기회를 우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