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日 총리 대만 발언이 도화선…첨예한 역사 문제와 민족주의 고조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화, 희토류 공급 불안정, 수산물 수출 타격 등 우려 증폭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화, 희토류 공급 불안정, 수산물 수출 타격 등 우려 증폭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갈등은 양국 간 복잡하고 논쟁적인 전시 역사의 정점이자, 대만 문제에 대한 첨예한 시각 차이, 그리고 양국 내 민족주의 고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1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베이징은 일본 총리의 발언을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비난하며, 정부 간 교류 중단, 일본 영화 개봉 연기, 일본 여행 자제 권고 등 다양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중·일 관계 악화는 동아시아 역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한국 경제에는 희토류, 반도체, 수산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장이 예상되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중·일 관계 악화의 배경: '대만 문제'와 '역사 문제'의 충돌
이번 중·일 외교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11월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이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는 자위대 배치를 허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일본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난 발언으로, 베이징의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통일 의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베이징은 대만을 국가 이익의 핵심이자 협상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며, 필요하다면 무력으로라도 재통합할 중국의 일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대만 군사 개입 시사 발언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도발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발언의 시점도 베이징의 분노를 키웠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베이징이 10월 25일을 대만이 일본 점령으로부터 해방한 날로 지정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하는 등 일본의 전시 역사를 강조하던 직후에 나왔다.
중국은 수년간 일본의 정치적 우파가 전시 역사를 미화하고 평화주의 헌법을 개정하며 군사력을 확장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대만 고위 인사들과 접촉해온 전력 또한 베이징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불만과 대만 문제에 대한 첨예한 시각 차이는 양국 내 민족주의 고조와 맞물려 양국 국민 간의 부정적 감정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시진핑 주석이 다카이치 총리 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 G20 회담 불참 통보 등 외교적 냉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일 관계 악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국과 일본은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양국 관계 악화는 단순히 외교적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 반도체 공급망 재편 및 불확실성 증대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이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메모리 칩 공급난이 심화되고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중일 갈등은 반도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일본에 대한 경제 보복의 일환으로 일본 기업에 대한 특정 반도체 부품 수출을 제한하거나, 혹은 일본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면,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및 수출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일본 양국에 생산 시설을 두거나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급망 교란은 생산 비용 증가, 납기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일본은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중일 갈등 심화는 첨단 기술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예상치 못한 병목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희토류 공급 불안정 및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중국은 '희토류'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첨단 전자제품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원자재다. 일본 역시 희토류를 포함한 다양한 원자재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만약 중·일 관계 악화가 심화되어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면, 이는 일본 제조업 전반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희토류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 일본과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희토류 공급망 불안정은 글로벌 희토류 가격을 상승시켜 한국 기업들의 원자재 조달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희토류 대체재 개발 및 공급처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다.
◆ 일본 수산물 수출 타격 및 어업 분야 영향
중국은 일본의 주요 수산물 수출 시장 중 하나다. 지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이미 수산물 분야에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전례가 있다.
다카이치 총리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일본 어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해역의 어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일본과 어업 협정을 맺고 있으며, 어족 자원의 공유 및 관리 측면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
중·일 간 어업 분쟁이 격화되거나, 중국 해안경비대의 일본 분쟁 섬 인근 순찰 빈도가 증가하는 등 해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이는 한국 어선들의 조업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 있다.
또한, 일본 수산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제 수산물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한국 수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관광 및 인적 교류 위축
중국은 일본의 최대 관광 대상국이다. 중국 외교부가 자국민들에게 일본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교육부가 해외 유학에 대해 유사한 경고를 발표하면서 일본 관광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약 749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으며, 이는 일본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노무라 연구소는 베이징의 일본 여행 보이콧이 연간 약 2.2조 엔(142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해 일본 GDP를 0.36% 감소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관광 및 인적 교류 위축은 한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을 경유하거나 동아시아 지역을 함께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중일 삼국 간의 문화 및 인적 교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
중·일 관계 악화는 한국 경제에 다양한 리스크와 함께 일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한국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반도체 소재, 희토류 등 핵심 산업 부품 및 원자재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유럽 등 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여 외부 충격에 대한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 간의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 AI,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중일 양국과 긴밀한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동아시아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한중일 삼국 협력 메커니즘을 활성화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건설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인도, 중동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및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한국 경제를 보호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관계 악화는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공급망 안정화, 기술 경쟁력 강화, 외교적 중재 역할 모색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