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 리소스와의 600억 달러 합병 투표 3주 앞두고 인수 의사 철회…시장 혼란 가중
RBC 분석가 "희소 자산 확보하려던 시도였겠지만 BHP 입장에선 다소 모양새 구긴 꼴"
RBC 분석가 "희소 자산 확보하려던 시도였겠지만 BHP 입장에선 다소 모양새 구긴 꼴"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광산 기업 BHP가 영국의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 인수를 위한 예비 논의 끝에 더 이상 결합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HP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앵글로 아메리칸 이사회와의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외부 인수합병(M&A)보다는 자체적인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지난해 49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인수를 시도했다가 무산된 이후, 최근 다시 불거진 재인수설에 쐐기를 박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BHP는 이날 발표에서 두 회사의 결합이 여전히 강력한 전략적 이점(strong strategic merits)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주들에게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은 재확인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현재 보유한 자산과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자체 성장 계획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거대 광산 기업 간의 '세기의 딜'로 불리던 이번 합병 논의가 다시 한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 배경이다.
텍 리소스 합병 투표 3주 전…급박했던 인수 시도와 철회
이번 BHP의 인수 포기 선언은 시기적으로 매우 민감한 때에 이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일요일 보도를 통해 BHP가 앵글로 아메리칸에 대한 인수 접근을 재개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는 앵글로 아메리칸이 캐나다의 텍 리소스(Teck Resources)와 합병해 글로벌 구리(copper) 중심의 거대 광산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지 불과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자산 희소성 탓 찔러보기식 접근"…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
시장 전문가들은 BHP의 이번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시드니 소재 RBC(Royal Bank of Canada)의 칸 페커(Kaan Peker) 분석가는 "이러한 대형 자산이 매물로 나올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며 BHP가 기회를 타진해 볼 수밖에 없었던 상황 자체는 인정했다. 그는 "BHP 입장에서는 해당 옵션이 여전히 유효한지 평가해 볼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페커 분석가는 "BHP 측면에서 이번 과정은 다소 혼란스러워(messy)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명확한 전략적 확신이나 상대방과의 교감 없이 거대 인수전을 재점화하려다 조기에 발을 뺀 모양새가 글로벌 1위 광산 기업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BHP가 표면적으로는 '자체 성장 전략의 우수성'을 철회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앵글로 아메리칸 측의 완강한 거부 의사와 텍 리소스 합병이라는 거대한 변수를 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BHP는 지난해 490억 달러(약 72조 원) 베팅 실패에 이어 이번 재검토 과정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물러서게 됐다. 시장은 이제 예정대로 진행될 앵글로 아메리칸과 텍 리소스 간의 합병 투표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구리 자산 확보를 둘러싼 글로벌 광산 기업들의 치열한 셈법 속에서, BHP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