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서 '팬서레이크' 글로벌 런칭…모바일 패권 탈환 선언
초미세 공정 수율 잡고 '제조 명가' 부활…"그래픽카드 없는 게이밍 노트북 시대 연다"
초미세 공정 수율 잡고 '제조 명가' 부활…"그래픽카드 없는 게이밍 노트북 시대 연다"
이미지 확대보기인텔이 돌아왔다. 그간의 뒷걸음질을 멈추고 공격 모드로 태세를 완전히 전환했다. 무대는 오는 2026년 1월 5일 자정(독일 시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이다. 짐 존슨(Jim Johnson)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 총괄이 직접 지휘하는 이번 글로벌 런칭 쇼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회가 아니다. 반도체 제국 인텔이 시장을 향해 던지는 "우리는 건재하다"는 생존 신고이자, 강력한 선전포고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독일 현지 언론 이고르스랩에 따르면 그 선봉에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 '팬서레이크(Panther Lake)', 정식 명칭 '코어 울트라 300(Core Ultra 300)'이 섰다. 팬서레이크는 단순한 성능 개선 모델(Refresh)이 아니다. 인텔의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인 '18A(1.8나노급)' 공정이 적용된 첫 번째 양산 제품이자, 진정한 의미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탑재된 야심작이다. TSMC와 AMD가 양분하고 있는 울트라 모바일 및 GPU 시장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인텔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배터리 수명의 혁명, '3중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코어 울트라 300의 핵심은 진화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다. 인텔은 이번 시리즈를 고성능 'H 모델'과 효율성 중심 'U 모델'로 이원화했다. H 모델은 최대 16코어(4P+8E+4LPE), U 모델은 최대 8코어(4P+4LPE)로 구성된다.
내장 그래픽의 반란…"외장 GPU 필요 없다"
더 파격적인 변화는 그래픽 성능(GPU)에 있다. 팬서레이크에 탑재된 'Xe3' 그래픽 코어는 최대 12개의 실행 유닛(Shader Blocks)을 갖췄다. 이는 모바일 내장 그래픽으로서는 이례적인 고사양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도 1080p 해상도에서 AAA급 고사양 게임을 중간 옵션으로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인텔의 셈법은 명확하다. CPU와 GPU의 경계를 허물어 중저가 외장 그래픽 시장(Discrete GPU)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다. 최상위 모델인 '코어 울트라 X9 388H'(최대 5.1GHz, 12 Xe3 코어)와 'X7 368H'는 하드웨어 마니아와 게이밍 유저를, 'X5 338H'는 크리에이터를 정조준했다. 반면, 일반 모델(Ultra 9/7/5/3)은 내장 그래픽 코어를 줄여 외장 그래픽 탑재 노트북용으로 남겨두는 등 철저한 '급 나누기' 전략으로 시장 전체를 포위했다.
18A 공정, 수율 논란 딛고 '정치적 선언'으로
팬서레이크의 등장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선 '정치적 선언'이다. 업계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의 18A 공정은 초기 낮은 수율과 비용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CES 발표는 인텔이 생산 라인의 난제를 해결하고 양산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자리다. "우리는 다시 칩을 제조할 수 있다(We can build chips again)"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천명하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실제 체감 성능'
물론 CES의 화려한 조명이 곧바로 시장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노트북 제조사(OEM)들의 설계 검증과 발열 관리 최적화에 따라 실제 제품 출시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AMD의 '스트릭스 포인트', 애플의 차기 'M4' 칩과의 정면승부도 피할 수 없다.
아직 벤치마크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텔이 짠 판은 분명하다. 방어가 아닌 공격이다. 18A 공정의 정밀도, Xe3의 그래픽 성능, 그리고 3중 코어의 효율성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인텔은 다시금 '반도체 제왕'의 왕관을 쓸 수 있다. 반면, 이 야심 찬 프로젝트가 삐걱거린다면 인텔은 10나노 공정 지연 사태 이후 또다시 긴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2026년 1월, 전 세계 IT 업계의 눈이 인텔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