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시뮬레이션 플랫폼 'CUDA-Q', 개발자 75%가 채택…생태계 표준 장악
젠슨 황 "하이브리드가 미래"…양자-슈퍼컴 잇는 'NVQ링크'로 기술 장벽 돌파
젠슨 황 "하이브리드가 미래"…양자-슈퍼컴 잇는 'NVQ링크'로 기술 장벽 돌파
이미지 확대보기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당시, 정작 큰돈을 번 것은 금을 캔 광부들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공급업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였다. 이른바 '곡괭이와 삽(Pick-and-shovel)' 전략이다.
글로벌 반도체 제왕 엔비디아(Nvidia)가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시장에서 이 불패의 성공 공식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미국 투자매체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직접적인 하드웨어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인 '도구'를 장악해 AI(인공지능) 시장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시가총액 4조 3000억 달러의 거인이 그리는 '퀀텀 빅픽처'다.
"직접 제조는 하수"…시뮬레이션으로 '판'을 깔다
현재 구글(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와 아이온큐(IonQ) 같은 전문 기업들은 대규모 양자 컴퓨터 개발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실용적인 양자 처리 장치(QPU)를 누가 먼저 구현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략은 적중했다. 엔비디아의 양자 플랫폼 '쿠다-Q(CUDA-Q)'는 이미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QPU를 배포하는 조직의 75%가 쿠다-Q를 채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 등 주요 클라우드 빅3가 엔비디아 퀀텀 클라우드를 탑재했다. 경쟁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조차 개발자들이 엔비디아의 툴을 쓰도록 허용할 정도다. 엔비디아 없이는 양자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를 만든 셈이다.
하이브리드 시대의 '로제타스톤', NVQ링크
엔비디아의 야심은 시뮬레이션을 넘어, 향후 도래할 실물 양자 컴퓨터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의 양자 컴퓨터가 독자적으로 쓰이기보다, 기존 슈퍼컴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본다.
양자 정보의 단위인 큐비트(Qubit)는 매우 불안정하다. 오류를 잡고 시스템을 통제하려면 기존 슈퍼컴퓨터의 강력한 연산 능력이 필수적으로 따라붙어야 한다. 젠슨 황 CEO가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엔비디아는 QPU와 자사의 GPU를 초고속으로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NVQ링크(NVQLink)'를 개발했다. 젠슨 황은 이를 두고 "양자와 고전 슈퍼컴퓨터를 잇는 '로제타스톤'"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가까운 미래의 모든 과학용 슈퍼컴퓨터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 것"이라며, 양자 시대에도 엔비디아의 GPU가 시스템의 중추 신경망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AI 성공 방정식의 데자뷔…장기적 펀더멘털 견고
이러한 행보는 오픈AI나 구글이 LLM(거대언어모델) 개발 전쟁을 벌일 때, 칩을 공급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린 AI 시장 전략과 판박이다.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3분기에만 570억 달러(약 83조 원) 매출을 올리며 그 전략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물론 시장의 단기적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틀리 풀의 스톡 어드바이저 팀은 11월 23일 기준 '지금 매수해야 할 상위 10개 종목'에서 엔비디아를 제외했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다른 유망 종목의 기대 수익률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주가 부침과 별개로, 엔비디아의 '곡괭이 전략'이 가진 장기적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골드러시에서 누가 금맥을 찾든, 그 과정에는 반드시 엔비디아의 장비가 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게임의 룰을 설계함으로써, 승패와 무관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자리에 서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