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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슈퍼리치 상속세 50% 부과안’ 국민투표서 압도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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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슈퍼리치 상속세 50% 부과안’ 국민투표서 압도적 반대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각) 스위스 베른의 한 학교에서 유권자들이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4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6년 6월 5일(현지시각) 스위스 베른의 한 학교에서 유권자들이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4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위스 유권자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5000만 스위스프랑(약 914억 원)를 초과하는 상속·증여 재산에 대해 50%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을 압도적 다수로 부결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이번 제안은 스위스 청년사회주의자당(JUSO)이 발의한 것으로 스위스 연방 차원의 상속·증여세를 신설해 초고액 자산가의 재산 이전에 대해 50%의 세율을 부과하고 세수는 기후 대응 예산에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 유권자 80% 이상 반대…“예측 가능한 정책 선호”


개표 결과 반대표가 80% 이상을 차지했고 투표율은 약 42%였다. FT는 “스위스 유권자들이 자국의 낮은 세율과 예측 가능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쪽에 확고히 표를 던진 셈”이라고 전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최근 수년간 스위스에서 진행된 조세 관련 국민투표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온 사안으로 꼽힌다. 스위스 정부와 다수 정당, 재계는 제안 초기부터 “고액 자산가의 자금 유출과 기업 이전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 기존 세제 원칙 훼손 우려…“자산가 이탈 자초할 뻔”


특히 이번 법안은 발의 초기부터 소급 적용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는 기업승계나 장기적 상속설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후 소급 적용 조항은 일부 완화됐지만 스위스 가족기업과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스위스의 대표적 자산운용사인 롬바르 오디에의 프레데릭 로샤트 대표는 “스위스의 상식이 승리한 결과”라며 “국민들은 국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 유럽 각국과 엇갈린 행보…스위스는 ‘조세 안정’ 택해


이번 투표 결과는 최근 부유층 과세를 강화하려는 일부 국가의 흐름과는 다른 결정이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달 1억 유로(약 1704억 원) 초과 자산에 대해 2%의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부결시켰고 영국은 비거주자 세제 혜택을 폐지했다. 이탈리아는 기존의 외국소득 단일세제를 유지하되 세율을 5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여전히 저세율·분권적 세제 체계를 고수하며 세계 자산가 유치 경쟁에서 ‘조세 안정성’이라는 차별화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 “기업 환경 유지한 유권자 선택”…국제적 여파도 주목


스위스 KPMG의 필립 준트 세제 전문가는 “이번 결과는 스위스가 여전히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위스는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과 함께 고액 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 유치를 위한 조세 경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영국의 비거주자 세제 폐지 이후 스위스를 고려하던 일부 고소득층이 이탈리아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번 제안에 공식 반대 입장을 냈으며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 “국가의 조세 안정성과 투자 매력도를 지킨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