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T '최근 3년' 원칙 무시하고 2013년 잣대…"가금류 분쟁 패소하고도 또 위반"
CBAM 탄소 배출량도 '주먹구구' 산정…현지 매체 "노상 강도나 다름없는 폭리"
CBAM 탄소 배출량도 '주먹구구' 산정…현지 매체 "노상 강도나 다름없는 폭리"
이미지 확대보기5일(현지 시각) 철강 전문 매체 스테인리스 에스프레소(Stainless Espresso)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회의에서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집행위 측은 이러한 고율 관세 도입에 따른 교역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보상' 차원에서 수입 쿼터를 제안했으나, 이 쿼터의 산정 방식이 교묘한 '법적 속임수(legal sleight of hand)'에 가깝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2년 전 통계 들이민 EU…명백한 협정 위반
논란의 핵심은 EU가 쿼터 물량을 산정하는 기준 시점이다. '1994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제28조(Article XXVIII)와 WTO의 관련 해설서에 따르면, 관세율 할당(TRQ)이나 쿼터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가장 최근의 3년(most recent three-year period)' 간의 수입 실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이러한 명문 규정을 무시하고, 2013년의 수입 물량을 기준으로 쿼터를 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3년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으로, 현재의 글로벌 철강 교역 규모나 경제 상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시기다. 매체는 집행위가 경제적으로 비현실적인 2013년의 '희망 수입 물량'으로 회귀하려는 것은 의도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EU가 이러한 행위가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U는 과거 '가금류 고기 제품에 대한 관세 양허 조치(WT/DS492)' 분쟁 패널 절차에서 WTO로부터 유사한 방식의 쿼터 산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EU의 WTO 규정 위반 행위로 인해 WTO는 관세 양허 및 관세율 할당 수정에 대한 규칙을 훨씬 더 정밀하게 정의하게 되었다. 즉, EU는 패소 전례를 통해 규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철강 분야에서 똑같은 위반 행위를 반복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교역국 반발…"최근 3년치 적용하라"
EU의 이러한 시도는 주요 교역국들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GATT 제28조에 따라 교역 상대국들은 2013년 기준이 아닌, '최근 3년'간의 수입 물량에 기반한 쿼터 배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여기에 더해 50%라는 살인적인 관세 인상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까지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집행위가 철강 관세와 수입 쿼터 제안서에 사용한 문구들은 매우 복잡하고 모호하게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진정성 있고 WTO 규정에 부합하는 관세율 할당(TRQ) 수립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집행위의 이 같은 '꼼수'는 오히려 제도 도입을 지연시키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회 국제무역위원회 회의에서는 "모든 교역 상대국과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해당 조치를 시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상대국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협상 난항이 예고된 셈이다.
탄소 배출량도 '뻥튀기'…"노상 강도급 폭리"
철강 관세뿐만 아니라, EU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서도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약탈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집행위가 원산지 국가의 CBAM 관련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기 위해 계산 방식을 계속해서 변경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는 현재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CBAM 전환 기간 등록소(transitional registry)'의 데이터를 근거로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환 기간 동안 많은 제조업체가 EU가 제공한 '기본값(default values)'을 사용하여 보고했거나, 다른 원산지의 투입 자재(input materials)를 사용한 경우(Melt & Pour·용해 및 주조)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검토한 초안 값에 따르면, 집행위는 이러한 투입 자재의 원산지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배출량을 계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실제 배출량보다 훨씬 높게 책정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수입산 제품에 과도한 탄소 비용을 물리려 한다는 것이다.
매체는 이 같은 집행위와 역내 생산자들의 행태에 대해 "노상 강도(highway robbery)나 폭리(profiteering) 행위와 경계가 모호할 정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유럽 내 CBAM 대상 제품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높은 비용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EU 시장은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 폭탄과 왜곡된 데이터에 기반한 CBAM 비용이라는 '이중 부담(double burden)'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결국 유럽 경제 전반의 심각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