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내 20MW급 전용 시설 개소… 웨스팅하우스·래디언트 실증 착수
韓 'i-SMR' 설계도에 갇힌 사이 미국은 데이터 선점… 민간 실증 인프라 격차 비상
韓 'i-SMR' 설계도에 갇힌 사이 미국은 데이터 선점… 민간 실증 인프라 격차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13일(현지시각)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가원자로혁신센터(NRIC)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에서 마이크로 원자로 전용 테스트베드인 ‘DOME(돔)’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실증 지원에 나섰다. 이 시설은 최대 20MW(메가와트)급 열에너지를 생성하는 핵연료 탑재 실험을 지원하는 세계 유일의 민간 개방형 시설이다.
이미지 확대보기퇴역 원자로의 화려한 부활… 32년 만에 첨단 SMR 전초기지로
미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용 시험장을 마련한 배경에는 글로벌 SMR 시장에서의 ‘속도전’ 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래디언트나 웨스팅하우스 같은 민간 기업들은 혁신적인 원자로를 설계하고도, 실제 핵연료를 넣고 돌려볼 시설이 없어 인허가 단계에서 수년간 병목 현상을 겪어왔다.
DOE는 1964년부터 1994년까지 운영됐던 고속 증식로 ‘EBR-II’의 격납 구조물을 재활용하는 역발상을 발휘했다. 높이 30미터, 지름 24미터의 견고한 돔 구조물은 방사성 물질 차단 능력이 이미 입증되어 실증 비용을 낮추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리안 바란 DOE 부차관보는 "DOME은 미국의 차세대 원자력 기술 리더십을 재확립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래디언트 실전 테스트 돌입… AI 데이터센터 공략
이번 시설 개소와 동시에 글로벌 원전 공룡들의 실전 테스트가 시작된다. 래디언트(Radiant Energy)는 올봄부터 고온 가스 냉각 방식의 마이크로 원자로 ‘카레이도스(Kaleidos)’를 DOME에 입고해 1년간 실제 가동 데이터를 확보한다.
웨스팅하우스 역시 트럭으로 운송 가능한 초소형 원자로 ‘이빈치(eVinci)’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빈치는 재난 지역이나 군사 기지에 즉각 투입할 수 있어 미 국방부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증이 성공할 경우, 전력 소모가 극심한 엔비디아·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망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설계도 너머 '실증 인프라' 전쟁… 韓, 추격의 골든타임 사수해야
미국이 퇴역 시설을 개조해 민간에 고속도로를 깔아준 이번 사례는 한국 원전 산업에 뼈아픈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현재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완성된 설계를 검증하고 운전 데이터를 축적할 ‘민간 개방형 실증 시설’ 구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글로벌 SMR 시장의 승부처는 이제 '누가 더 예쁜 설계도를 그렸는가'가 아닌 '누가 더 빨리 실제 가동 데이터를 NRC(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제출하는가'로 옮겨갔다. 실전 데이터가 없는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원전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i-SMR 기술 개발과 병행해 △규제 샌드박스의 과감한 적용 △민간 개방형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한·미 원전 동맹을 통한 데이터 공유 등 실무적 대안을 서둘러야 한다. "설계는 한국이 앞설지 몰라도 실증은 미국이 압도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실증 중심'의 생태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