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소비자 시장 완전 철수…"돈 안 되는 범용 버리고 HBM·DDR5 올인"
델·HP "2년 뒤 메모리값 50% 폭등" 경고…PC·스마트폰 '인플레 공포' 현실로
델·HP "2년 뒤 메모리값 50% 폭등" 경고…PC·스마트폰 '인플레 공포' 현실로
이미지 확대보기5일(현지 시각)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오는 2026년 2월까지 크루셜 브랜드의 소비자용 메모리와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제품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이크론이 약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소비자 시장 사업을 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 안 되면 버린다"…AI 향해 '생산라인 대수술'
마이크론의 이번 결정은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인한다. 업계 내부 관계자들은 마이크론이 이미 DDR4 시장에서 철수한 데 이어 크루셜 라인업까지 단종시키는 것은 메모리 산업의 무게중심이 AI 관련 용도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2년 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상대적으로 노트북이나 일반 소비자용 기기에 탑재되는 크루셜 제품군은 중저가(mid-to-low-end) 라인업으로 분류되며 마진율이 낮다.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한정된 생산 라인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크루셜 제품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소식통들은 마이크론의 브랜드 전략 수정은 공식 발표 훨씬 전부터 예견되었으며, 이미 1년여 전부터 실질적인 감산 조치가 이뤄져 왔다고 전했다.
삼성·SK도 동참…'범용 메모리' 씨 마른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마이크론만의 독자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전략적 변화를 선언했으며, SK하이닉스와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 등 주요 제조사들 모두 DDR4 생산 중단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확보된 여유 공정을 DDR5와 HBM 등 첨단 미세 공정 기술로 빠르게 재할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PC나 중저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레거시(구형) 메모리의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델·HP "가격 50% 폭등"…인플레 공포 덮쳤다
그러나 전방 산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미국의 PC 제조 거인인 델(Dell)과 HP는 최근 "2026년 메모리 가격이 최대 5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메모리 공급이 고수익 AI 서버 시장으로 쏠리면서, 일반 PC·스마트폰·의료 기기·자동차(Automotive) 분야에서는 심각한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PC 제조사들은 부품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완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디지타임스는 "고가 메모리 공급 부족은 소비자 기기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며 "만약 가격 인상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PC 주변기기 칩을 공급하는 하류(downstream) 업체들의 주문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인플레이션과 공급 부족이 맞물려 2026년 IT 제조 업계의 핵심적인 경영 리스크로 부상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 대만 유통업체 관계자는 "자원이 AI 시장으로 대거 쏠리면서 메모리 공급이 AI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높은 가격을 감수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고객만이 우선적으로 물량을 배정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치솟는 비용은 결국 수요를 억제하게 될 것이며, 시장의 수급 균형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의 '크루셜' 폐기는 단순한 브랜드 단종을 넘어, AI가 촉발한 반도체 시장의 양극화가 소비자의 지갑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