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이터·그리펜 호위할 ‘AI 무인기’ 개발 착수…유럽 방산 지형 ‘지각변동’
佛·獨·西 차세대 전투기 지연에 ‘각자도생’ 가속…韓 KF-21·무인기 전략에도 시사점
佛·獨·西 차세대 전투기 지연에 ‘각자도생’ 가속…韓 KF-21·무인기 전략에도 시사점
이미지 확대보기디펜스 블로그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각) 에어버스와 사브가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그리펜 E 전투기를 지원할 무인 전투기 공동 개발 협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럽 방산 협력 구도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SCAF 지연 틈타 ‘무인기 동맹’ 구축 나선 에어버스-사브
유럽 다국적 항공우주 기업 에어버스(Airbus)와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가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과 그리펜 E(Gripen E) 등 기존 유인 전투기를 지원할 무인 전투기(UCAV) 공동 개발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통신과 디펜스 블로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양사 경영진은 최근 열린 유럽 방위산업 행사에서 무인기 개발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의는 조종사가 탑승한 전투기를 근거리에서 호위하며 정찰, 전자전, 미사일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충성스러운 윙맨(Loyal Wingman)’ 또는 ‘협력 전투기(CCA)’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욤 포리(Guillaume Faury)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사브와 전자전 및 미사일 시스템 분야에서 오랜 협력을 이어왔다”며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도 협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논의는 현재 진행 중인 SCAF 프로그램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를 그었다.
미카엘 요한손(Micael Johansson) 사브 CEO 역시 브뤼셀 포럼에서 “기존 전투기를 보완할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 무언가를 할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협상 사실을 인정했다. 사브는 이미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에 탑재되는 ‘아렉시스(Arexis)’ 전자전 시스템을 공급하며 에어버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171조 원 프로젝트 난항… ‘각자도생’ 부추기는 유럽
이번 협력 논의 배경에는 1000억 유로(약 171조 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SCAF의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7년 프랑스와 독일 주도로 시작된 SCAF는 스페인까지 합류했으나, 작업 분담과 지식재산권 공유 문제를 놓고 다쏘(Dassault)와 에어버스 간 갈등이 이어지며 개발 일정이 2040년 이후로 밀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어버스와 사브의 이번 움직임을 SCAF 실패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자, 독자적인 항공 전력 역량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한다. 요한손 CEO는 “스웨덴이 전투기 완제품 생산 능력(OEM)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며 독자 생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미지 확대보기미래 공중전의 핵심, 유·무인 복합체계(MUM-T)
에어버스와 사브가 개발하려는 무인기는 단순한 정찰기가 아니라, 유인 전투기와 팀을 이루어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핵심 자산이다. 이는 미국 공군이 추진 중인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프로그램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무인기가 위험한 적 방공망을 먼저 뚫고 들어가거나, 미끼 역할을 수행하여 유인기의 생존성을 높이는 개념이다.
오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독일, 스페인 국방장관이 SCAF 현황 논의를 위해 회동할 예정인 가운데, 에어버스-사브의 독자 행보는 유럽 방산 협력의 판도를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산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에어버스, 사브뿐만 아니라 GCAP의 주축인 영국 BAE 시스템즈 경영진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어, 향후 3개 진영(SCAF, GCAP, 독자노선)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국 ‘충성 윙맨(Loyal Wingman)’ 개발 현황 비교전 세계적으로 6세대 전투기 개발과 함께 이를 보조할 무인 전투기(CCA)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안보 자율성 확보 위한 불가피한 선택"
글로벌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유럽 안보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입을 모은다.
제인스(Janes)의 가레스 제닝스 항공 에디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의 분열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약점이지만, 에어버스와 사브의 협력은 지지부진한 SCAF에 대한 우회적 불만 표출이자 전력 증강을 위한 실리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션 모나한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연구원 또한 지난달 논평을 통해 "미래 공중전의 승패는 스텔스 성능보다 유·무인기의 유기적 연결에 달렸다"며 "유럽이 이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미국 방산 업체에 대한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어버스와 사브의 이번 ‘무인기 동맹’이 SCAF라는 거대 담론에 갇혀 있던 유럽 방산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지, 아니면 파편화를 가속할지 전 세계 방산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