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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미국 '반도체 관세' 8개월째 표류…대만·한국과 '232조' 막판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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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미국 '반도체 관세' 8개월째 표류…대만·한국과 '232조' 막판 신경전

美, 핵심 기술 보호 명분 vs 칩 제조사 '원가 상승' 반발로 품목 선정 난항
대만 "한국과 동등 대우 요구"…TSMC, 美 생산 비용 상승에 투자 진척도 미미
미국 상무부(DOC)가 2025년 4월부터 반도체를 대상으로 시작한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 안보 조사가 8개월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관세 부과를 둘러싸고 대만 등 주요 공급국과의 막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상무부(DOC)가 2025년 4월부터 반도체를 대상으로 시작한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 안보 조사가 8개월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관세 부과를 둘러싸고 대만 등 주요 공급국과의 막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미국 상무부(DOC)가 2025년 4월 1일 반도체, 제조 장비와 관련 제품을 대상으로 착수한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 안보 조사가 8개월 이상 진행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에 따르면, 어떤 품목에 얼마만큼의 관세를 부과할지를 놓고 아직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美, 관세 품목 선정에 딜레마


조사가 지연되는 주된 이유는 관세 부과의 실익과 부작용 때문이다. 미국의 산업에 필수적인 첨단 칩은 주로 대만 제조사들이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만에 타격을 주기보다는 미국 기업들의 원가만 크게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성숙 공정 칩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관세 부과로 인한 실질적인 세수 확보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 효과를 상쇄하고 TSMC와 같은 기업의 미국 내 생산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100%에서 300%에 이르는 관세 인상을 제안한 바 있다.

대만, '한국과 동등 대우' 요구

현재 대만 행정원 협상팀은 미국 당국자들과 관세 세부 사항, 투자 약정, 구매 계약 등에 대한 최종 문서를 교환하며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232조 조사에서 우대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한국산 반도체 제품이 면제를 받을 경우 동일한 대만산 제품도 예외 없이 면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대만 간의 반도체 경쟁 구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TSMC, 美 생산 투자 진척 미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TSMC의 미국 내 생산 이전을 압박하기 위함이다. TSMC는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총 계획 지출액을 1650억 달러로 늘리며 애리조나 공장에 1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대만 경제부(MOEA)에 따르면 3월부터 11월까지 실제 공식적인 프로젝트 신청은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

실제로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은 높은 운영 비용, 노동력 부족, 불완전한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 등으로 인해 3분기에 상당한 수익 감소를 보고한 바 있다. TSMC는 비용 우위, 인재 가용성, 확립된 산업 클러스터, 정부 인센티브 등을 이유로 대만 내의 첨단 웨이퍼 팹·패키징 시설 확충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

대만 "美 안보 위협 주장 타당성 없어"

이번 DOC 조사는 1962년 무역확장법에 근거해 반도체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조사 대상에는 웨이퍼, 전통·첨단 칩, 장비 부품 등이 포함된다.

미국 상무부는 공급업체의 집중된 해외 의존도, 반도체 공급망을 무기화할 수 있는 수출 통제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엔비디아 등 기업을 위해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칩들은 애플·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소비자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공급되는 통합된 공급망을 이루고 있으므로 미국 당국이 제기하는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세 결정이 장기간 미뤄지면서 반도체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