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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최측근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에 독립성 훼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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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최측근 연준 의장 지명 가능성에 독립성 훼손 논란

트럼프 '해셋 연준 의장' 유력…금리 1% 인하 압박 우려
예측시장 86% 확률로 1순위, 파월 후임 12월 내 발표 예상…한미 금리차 1.25%P로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토론 중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토론 중에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를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으로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예측시장 칼시는 지난 11일 해셋이 지명될 확률을 86%로 제시했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6%,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이 4%로 뒤를 이었다. 지난 11(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같은 날 "누구를 선택할지 알고 있다""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런스는 트럼프가 제롬 파월 의장 후임으로 해셋을 선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최측근, 연준 의장 물망


해셋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냈고, 상원에서 81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인준받은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앨런 그린스펀 당시 의장 밑에서 연준 연구원으로 일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여름부터 해셋을 포함해 다섯 명을 대상으로 연준 의장 후보 검증을 진행했다. 베선트는 12월 말까지 검증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1(현지시각) 배런스는 트럼프가 제롬 파월 의장 후임으로 해셋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주 "두 명의 케빈"이라며 해셋과 워시를 거론했다. 다만 해셋은 백악관 참모로 트럼프와 자주 접촉하는 위치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1% 인하 주장…독립성 우려


해셋은 연준이 금리를 더 빠르게 낮춰야 한다는 트럼프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50~3.75%로 조정한 뒤 "두 배로 인하했어야 했다"고 말한 트럼프를 옹호했다.

트럼프는 연준이 금리를 1%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는 정치코 인터뷰에서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차기 의장 선택의 "리트머스 테스트"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셋은 지난달 뉴욕 이코노믹 클럽 강연에서 "데이터가 뒷받침한다면 금리를 계속 인하할 것"이라며 "지금 그럴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의장이라면 지금 당장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폭스뉴스에서 밝혔다.

과거 동료들 "변했다" 지적


해셋과 함께 일했던 경제학자들은 그의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캐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케빈이 자신의 명성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캐럴은 1990년대 연준에서 해셋과 함께 일했고 결혼식에도 참석했던 인물이다.

해셋의 1999년 저서 '다우 36000'은 닷컴 거품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악명 높다. 공저자인 제임스 글래스먼은 "과거에는 케빈과 경제 이슈에서 의견이 일치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글래스먼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와 기업 개입 정책에 반대한다며 "케빈이 공개석상에서 이를 옹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해셋은 2019년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시작하자 경제자문위원장에서 사임했지만, 2기 행정부에서는 훨씬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든 해리스 전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이코노믹스 리서치 책임자는 "노동통계국장 해임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다""거의 모든 경제학자가 끔찍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일자리 수치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에리카 맥엔터퍼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했고, 해셋은 이를 옹호했다.

시장 반응은 차분…제도적 견제 존재


금융시장은 해셋 지명 가능성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11월 말 해셋이 선두 주자로 보도된 이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0%에서 4.2%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로버트 팁 PGIM 채권 투자전략 책임자는 "시장은 트럼프의 연준 장악 시나리오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준 의장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명 가운데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해셋이 지명되더라도 스티븐 미란 이사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어서 금리 인하 성향이 비슷한 인물끼리의 교체가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해리스는 "연준 의장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해셋의 공급 중심 철학은 그의 경제학자로서 지적 토대의 일부"라며 "그가 대통령에게 충성하면서도 독립적인 의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영향 전망


해셋의 연준 의장 지명이 확정될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는 양면적 영향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인하가 가속화되면 유동성 흐름이 개선되고 경기 회복 기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팬데믹 이전 35~39% 수준보다 낮은 33%에 머물러 있는 외국인 자금이 증가할 수 있으며, 코스피 외국인 보유 비중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지난 111.25%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이는 2023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최근 환율 상승은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라 해외 주식 투자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회도 "수급 요인이 전체의 3분의 2 내외로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관세 협상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부의 증시 부양 노력을 상쇄하고 반도체, 바이오 등 주요 섹터에 하락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가에서는 해셋이 닉슨-번스 시대와 같은 정치적 연준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