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기차 급속충전 시간 절반으로 단축?…英 스타트업 ‘구역별 배터리 냉각’ 기술 주목

글로벌이코노믹

전기차 급속충전 시간 절반으로 단축?…英 스타트업 ‘구역별 배터리 냉각’ 기술 주목

전기차 급속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내부 과열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최대 4개 구역으로 분배하는 하이드로허츠의 ‘덱트라밸브’ 냉각 장치. 사진=하이드로허츠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 급속충전 과정에서 배터리 내부 과열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최대 4개 구역으로 분배하는 하이드로허츠의 ‘덱트라밸브’ 냉각 장치. 사진=하이드로허츠

전기차 급속충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배터리 열관리 기술이 등장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내부의 국부적 과열을 정밀하게 제어해 충전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18일(현지시각)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산하 기술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에 따르면 최근 영국 스타트업 하이드로허츠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 냉각 장치가 실험 환경에서 전기차 급속충전 시간을 기존보다 약 60% 줄였다고 밝혔다.

현재 직류 급속충전을 이용하면 전기차 배터리를 약 2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통상 20분 안팎이 걸린다.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나는데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배터리 냉각 문제가 꼽혀왔다.

급속충전 과정에서는 배터리 팩 내부 일부 셀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기존 단일 순환 방식 냉각 시스템은 이런 열 쏠림 현상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 안전을 위해 충전 출력이 자동으로 제한된다.

하이드로허츠는 냉각수를 필요한 위치에 바로 공급하는 ‘구역별 냉각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덱트라밸브’는 배터리 팩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과열이 발생하는 지점에 냉각수를 집중 공급한다.

이 장치는 배터리 셀과 맞닿아 열을 제거하는 냉각 플레이트와 주 냉각 회로 사이에 설치돼 기존의 복잡한 밸브와 배관 구조를 하나의 회전식 분배 장치로 대체하도록 설계됐다.

영국 워릭대 산하 연구기관인 워릭 제조그룹은 올해 초 동일한 100킬로와트시 배터리 팩을 대상으로 덱트라밸브 시스템과 기존 단일 순환 냉각 방식을 비교 시험했다. 그 결과 덱트라밸브를 적용한 경우 급속충전 구간(충전율 10~80%)에서 배터리 셀 최고 온도가 44.5도를 넘지 않았고 셀 간 온도 편차도 3도 이내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배터리는 10~13분 만에 80% 충전에 도달했지만 기존 냉각 시스템에서는 같은 온도 조건을 유지하려면 충전 출력을 낮춰야 해 약 30분이 걸렸다고 하이드로허츠는 설명했다.

배터리 온도를 50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충전 속도뿐 아니라 수명에도 중요한 요소다. 미시간대의 안나 스테파노풀루 기계공학과 교수는 “이 기술이 실제 차량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면 배터리 수명이 약 20%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덱트라밸브는 별도의 특수 냉각제가 아닌 일반적인 물·글리콜 혼합 냉각수를 사용해 기존 전기차 냉각 시스템과의 호환성도 높였다. 하이드로허츠는 이를 통해 부품 수를 줄이고 누수 위험과 유지보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기술이 곧바로 양산 전기차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냉각 구조에 대해 장기간 내구 시험과 안전성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드로허츠는 현재 여러 전기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가 검증 절차에 착수했으며 실제 양산 적용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