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황금 함대' 구축 선언... 美 방산주 헌팅턴 잉걸스, '사상 최고가' 경신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황금 함대' 구축 선언... 美 방산주 헌팅턴 잉걸스, '사상 최고가' 경신

차세대 전함 '트럼프급' 25척 건조 계획... "미적 감각 담아 직접 설계 참여"
미 조선업 '공급 포화' 현실화... K-조선, 미 해군 공급망 '핵심 파트너'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딴 차세대 전함 '트럼프급(Trump class)' 건조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구체화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딴 차세대 전함 '트럼프급(Trump class)' 건조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구체화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딴 차세대 전함 '트럼프급(Trump class)' 건조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구체화했다. 베네수엘라 봉쇄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발표로 미 최대 군함 건조사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부활 정책과 맞물려, 생산 한계에 봉착한 미국 조선업의 대안으로 한국 조선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2(현지시각)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존 펠런 해군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새로운 해군 증강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황금 함대'의 주력이 될 차세대 전함의 첫 번째 함명을 'USS 디파이언트(USS Defiant)'로 명명했다.

'황금 함대' 구상과 지정학적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USS 디파이언트의 조감도 앞에서 "이 새로운 전함은 과거의 영광인 USS 아이오와나 USS 미주리보다 훨씬 거대하고 강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2척 건조를 시작으로 최대 25척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자신을 "매우 미적 감각이 뛰어난(very aesthetic)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전함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번 발표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막기 위한 해상 봉쇄를 명령했다. 제재 대상 원유가 베네수엘라를 빠져나가는 것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강경한 조치다.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은 대규모 해군력 증강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산주 헌팅턴 잉걸스, 사상 최고가 경신


대통령의 발표와 해군의 건조 계획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 최대 군함 건조사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의 주가는 이날 5% 급등하며 주당 353.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사상 최고가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HII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87% 상승했다. 2013년 이후 최고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이날 S&P 500 편입 종목 중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트럼프급' 전함뿐만 아니라, 지난주 미 해군이 발표한 차세대 호위함 건조사 선정 소식이 있다. HII는 이미 차세대 시스템과 플랫폼 지원을 위해 조선소 인프라와 설비에 10억 달러(14800억 원)를 선제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산업 정책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마러라고에서 관련 기업 경영진과 만나 생산 일정 단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의 자본 지출(Capex) 계획도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행정부는 방산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 환원에 쓰기보다, 공장 증설과 장비 도입에 재투자하여 제조 속도를 높이기를 주문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공장 건설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방산 기업의 단기 현금 흐름에는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인 매출 성장과 미 제조업 기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조선업의 '공급 포화', K-조선에는 '낙수 효과' 넘어선 '필수 파트너' 기회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한 '황금 함대'25척의 전함 건조 계획은 역설적으로 미국 조선업의 생산 능력 한계를 드러낸다. 주가가 급등한 헌팅턴 잉걸스(HII)조차 숙련공 부족과 설비 노후화로 인해 기존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공급 포화'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획기적인 '생산 속도 단축'을 실현하려면, 동맹국의 검증된 생산 능력을 빌려오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에게 단순한 반사이익 이상의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자격을 획득하며 신뢰를 쌓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 조선소가 핵심 전투함 건조에 집중하는 동안 이를 뒷받침할 지원함 건조나 선박 모듈 제작, 대규모 정비 등을 분담하는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필리조선소 인수 등으로 미 본토 생산 거점을 확보한 한국 기업의 행보는 '자국 우선주의' 장벽을 우회해 미 해군 공급망의 허리를 담당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미 해군의 공격적인 팽창은 곧 준비된 한국 조선업에 제2의 슈퍼사이클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외교 안보 전략과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이라는 경제 전략이 결합된 형태다. 베네수엘라 봉쇄라는 실질적인 군사 행동과 맞물려, 미 해군력 증강 계획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속도전'에 맞춰 방산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생산 능력을 확충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와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