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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도 탐내는 '괴물'…韓 KSS-III, 리튬이온 심장 달고 '핵잠급'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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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도 탐내는 '괴물'…韓 KSS-III, 리튬이온 심장 달고 '핵잠급' 작전

美 군사매체 "KSS-III 배치-II, 재래식 잠수함의 기술적 한계 돌파" 평가
세계 최초 비핵잠수함 SLBM 운용…VLS 10기·리튬이온 배터리로 50일 작전 지속
대한민국 해군의 KSS-III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이 해상에서 기동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비핵 추진 잠수함에서 SLBM 발사에 성공하며 한국군의 전략적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사진=대한민국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해군의 KSS-III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이 해상에서 기동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비핵 추진 잠수함에서 SLBM 발사에 성공하며 한국군의 전략적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대한민국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인 KSS-III(도산안창호급·장영실급) 프로그램이 기존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미 해군조차 보유하지 못한 독보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부상했다. 독일제 잠수함의 면허 생산국에서 벗어나 완전한 독자 기술로 설계된 이 함정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직발사관(VLS)을 결합해 사실상 원자력 잠수함에 버금가는 작전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 '나인틴포티파이브(19fortyfive)'는 25일(현지 시각) "한국의 KSS-III '리튬이온 배터리' 잠수함은 미 해군이 보유하지 못한 것(Like Nothing the U.S. Navy Has)"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한국의 잠수함 전력이 단순한 방어를 넘어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보도했다.

KSS-III 프로그램은 장보고급(KSS-I, 209급)과 손원일급(KSS-II, 214급)을 거쳐 한국 해군 잠수함 발전 전략의 3단계를 완성하는 이정표다. 기존 독일 설계를 기반으로 했던 전력들과 달리, KSS-III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하여 설계 및 건조한 100% 국산 플랫폼이다. 매체는 이를 두고 "한국 해군이 면허 생산에서 완전한 독자 설계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중대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2021년 도산안창호함의 취역을 시작으로 안무함(2023), 신채호함(2024)이 전력화되며 배치(Batch)-I이 완성됐다. 이어 지난 2025년 10월, 배치-II의 선도함인 '장영실함'이 진수되며 본격적인 성능 개량 단계에 진입했다. 장영실함은 현재 의장 공사와 시운전을 진행 중이며 2027년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배치-II는 배치-I(수상 3,358톤/수중 3,750톤)보다 덩치를 키워 수상 3,600톤, 수중 4,000톤급의 육중한 체급을 자랑한다. 전장 또한 83.5m에서 89.3m로 연장되어 확장된 임무 수행 능력을 예고하고 있다.

'리튬이온' 심장 달고 50일 작전…은밀성 극대화


KSS-III의 가장 치명적인 강점은 동력 체계의 혁신이다. 디젤-전기 추진 방식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P, 재래식 잠수함이 외부 공기 흡입 없이도 수 주간 잠수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를 결합하여 수중 잠항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특히 배치-I이 MTU 디젤 엔진과 범한퓨얼셀의 PEM 연료전지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배치-II인 장영실급부터는 삼성SDI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에너지 밀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매체는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로 수중에서 20일 이상 잠항이 가능하며, 전체 작전 지속 일수는 최대 50일에 달해 임무 유연성 측면에서 일부 원자력 잠수함과 견줄 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고속 기동 능력(Sprint speed) 역시 대폭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성 확보를 위한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HY-100 고장력강으로 건조된 선체에는 음향 신호를 흡수하는 무반향 타일(Anechoic tiles)이 부착됐으며, 탄성 마운트와 진동 감쇄 시스템을 통해 소음을 최소화했다. 센서 체계 역시 한화시스템의 통합 전투체계를 필두로 LIG넥스원의 선체 고정·측면·예인 음탐기(Sonar), 탈레스의 기뢰 회피 소나, 사프란의 전자광학 마스트 등이 탑재되어 복잡한 수중 환경에서도 우수한 상황 인식 능력을 제공한다.

화력 측면에서도 KSS-III는 '게임 체인저'다. 533mm 어뢰발사관 6문을 통해 범상어 중어뢰와 하푼 미사일을 운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핵심은 수직발사관(VLS)이다. 2021년 9월, 도산안창호함은 비핵추진 잠수함으로는 세계 최초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현무 4-4'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배치-I이 6기의 VLS를 갖춘 반면, 배치-II는 이를 10기로 늘려 화력을 대폭 보강했다. 이곳에는 사거리 약 500km의 현무 4-4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천룡'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까지 탑재 가능하다. 매체는 "이러한 능력은 한국이 북한 등 지역 내 위협에 대해 '대량응징보복(KMPR)' 및 확실한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을 보유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등 글로벌 러브콜…미래 핵추진 전환 가능성도


KSS-III의 우수한 성능은 해외 방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현재 최대 240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을 비롯해 폴란드, 필리핀, 페루 등에 KSS-III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특히 북극해 작전과 원거리 원정이 필요한 캐나다 해군에게 KSS-III의 긴 항속거리와 강력한 무장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향후 개발될 배치-III는 더 깊은 수심에서 더 강력한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차세대 VLS와 향상된 소나 체계를 갖출 전망이다. 매체는 끝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원자력 추진 체계 도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실현될 경우 한국 해군 작전 능력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