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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터리 패권 쥔 CATL의 고민… ‘성장의 한계’ 넘어 사업 혁신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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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배터리 패권 쥔 CATL의 고민… ‘성장의 한계’ 넘어 사업 혁신 모색

2025년 홍콩 중복 상장 성공하며 ‘자금 실탄’ 확보… 쩡위친 회장 세계 30대 부호 등극
중국 시장 포화·미국 규제 등 ‘성공의 대가’ 직면… 생산 효율성 넘어 ‘제로 카본’ 비전 제시
CATL 로고 및 회사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CATL 로고 및 회사 전경. 사진=로이터
중국 푸젠성 닝데에 위치한 CATL 공장은 세계 최대의 배터리 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전 세계 전기차(EV) 3대 중 1대에 탑재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CATL은 현재 전례 없는 성공 뒤에 가려진 ‘성장의 정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적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 일본 기업에서 배운 기술로 세계를 제패하다


CATL의 창업자 쩡위친(로빈 젠) 회장의 성공 신화는 일본 기업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쩡 회장은 과거 일본 TDK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며 배터리 기술을 익혔다. 이후 설립한 회사를 TDK에 1억 달러에 매각한 뒤, 2011년 전기차 전문 스타트업인 CATL을 세웠다.

CATL의 결정적 전기는 BMW와의 공급 계약이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에서 신뢰성을 확보했으며, 이후 테슬라와의 협력으로 이어지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토요타 등 경쟁사들은 CATL의 성공 비결이 '획기적인 화학 기술'보다는 '압도적으로 저렴한 대량 생산 효율성'에 있다고 분석한다.

◇ 홍콩 중복 상장과 9조 원대 자산가 쩡위친


CATL은 2025년 5월, 선전 증시에 이어 홍콩 증시에 중복 상장하며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홍콩 상장을 통해 약 357억 홍콩달러(약 6조 5,000억 원)를 조달하며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을 기록했다.
쩡 회장의 자산은 약 583억 달러(약 9조 원)로 추산되며,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세계 30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 성공의 대가: 글로벌 시장의 견제와 성장의 둔화


압도적인 점유율은 오히려 CATL을 정치적·경제적 타깃으로 만들었다.

중국 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조만간 배터리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지속으로 북미 공장 건설이 가로막혔다. CATL의 기술을 사용하는 포드는 최근 전기차 사업에서 195억 달러의 대규모 감액 손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과 함가리 등 유럽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중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독일 공장의 경우 현지 채용인력과의 문화적 차이 등으로 생산 효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지정학에 휘둘리지 않는다”… 제로 카본 시대의 비전


쩡 회장은 외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기술 혁신’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에너지 혁명은 탄소 중립 목표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며, 단순히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제로 카본 테크놀로지'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와 대규모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