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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추진 상선’ 시대 열리나… 글로벌 해운업계, ‘제로 배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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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추진 상선’ 시대 열리나… 글로벌 해운업계, ‘제로 배출’ 승부수

MIT·HD현대 등 컨소시엄 구성, 세계 최초 상업용 원자력 선박 안전 매뉴얼 발간
25년간 연료 보급 불필요… 연료비 50% 절감 및 탄소 배출 제로 달성 기대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를 통한 이미지 생성
과거 군함과 잠수함의 전유물이었던 원자력 추진 기술이 상업용 해상 운송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탈탄소화라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를 필두로 한 산학 컨소시엄이 원자력 추진 상선의 기술적·경제적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며 상용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30일(현지시각) 그리스 시티타임즈가 보도했다.

◇ MIT-HD현대 컨소시엄, ‘안전 지침서’ 발간으로 규제 기반 마련


최근 MIT 해양 컨소시엄은 상업용 원자력 추진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새로운 안전 매뉴얼을 출판했다.

이번 연구에는 HD한국조선해양, 미국 선급협회(ABS),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등 세계 최대 조선소와 선주사들이 참여해 실제적인 선박 설계와 운항 모델을 제공했다.

차세대 소형 원자로(SMR)는 기존 군용 원자로보다 훨씬 작고 안전하다. 웨스팅하우스 등이 개발한 이 원자로들은 사고 시 오염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춘 4%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여 대중적 수용성을 높였다.

연구진은 대형 컨테이너선 모델을 대상으로 침몰, 전력 손실, 화재 등 극한 조건에서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으며, 방사능 누출 없이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 연료비 50% 절감… 25년간 ‘무보급 주행’의 경제성


원자력 추진 선박의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인 경제성과 환경성이다.

원자력 선박은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약 25년간 추가 보급이 필요 없다. 현재 선박 운항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건조 비용이 기존 선박의 약 4배에 달하지만, 연료비 절감액을 고려하면 선박 수명 주기 내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항만 인프라와 규제가 최대 관건… 10년 내 첫 진수 전망


기술적 장벽은 상당 부분 해소되었으나, 항만 진입을 위한 국제적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남은 과제다.

일본, 그리스, 영국, 중국 등 주요 해양국들은 이미 원자력 선박을 수용할 항만 인프라 구축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대서양 횡단 전용 해상 회랑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선박 추진뿐만 아니라 부유식 발전 플랫폼, 담수화 장치, AI를 위한 원자력 기반 부유식 데이터 센터 등 다양한 해상 응용 분야가 제안되고 있다.

ABS의 크리스토퍼 위에르니츠키 CEO는 “향후 10년 내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항구가 먼저 등장하고, 곧이어 원자력 화물선이 바다를 누빌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